이대호에게 태극마크란? '자부심 & 의무'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12.14 05: 59

이대호, "후배들 따라준 덕분에 프리미어12 우승"
"대표팀 배우는 게 많다…불러주면 언제든 OK"
'빅보이' 이대호에게 태극마크는 자부심 그 자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던 이대호는 지난달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프리미어12의 하이라이트는 일본과의 준결승전. 당시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의 역투에 막혔던 한국은 벼랑 끝 위기에 놓였다. 팀을 위기에서 구한 건 4번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2-3으로 뒤진 9회 무사 만루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순식간에 경기를 4-3으로 뒤집는 천금의 결승타 한 방이었다. 일본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은 미국을 8-0으로 꺾고 프리미어12 초대 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프리미어12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터진 이대호의 천금같은 한 방을 떠올리며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2로 뒤진 상황에서 이승엽의 역전 투런 아치로 3-2 역전승을 거뒀을 때보다 더 극적이고 짜릿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우승의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이대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우승 직후 (정)근우와 숙소에 와서 '우리 진짜 고생 많았다'고 얼싸 안았다. 후배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어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비교하면 그땐 20대 중반이라 그런지 의욕이 충만했고 이번에는 최고참 선수로 오게 돼 남달랐다. 그땐 야구만 하면 되는데 이젠 후배들도 챙겨야 하고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았다. 대표팀 선배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근우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다. 우승하고 나니 뭔가 북받쳐 오르더라"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성공적인 세대 교체는 프리미어12 대회의 가장 큰 소득. 이대호 또한 "민병헌, 김재호, 허경민 등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량이 정말 많이 늘었다. 잘 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더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쉬는 날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했다"고 흐뭇한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은 오면 올수록 배울 게 참 많다"는 게 이대호의 말이다. "후배들에게도 '대표팀에 와서 많이 배우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랬다. 나도 예전에 대표팀에서 참 많이 배웠다. 국제 대회 가운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다녀온 뒤 실력이 많이 늘었다. 잘 하는 선수들이 하는 것만 봐도 실력이 는다".
국가의 부름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OK 사인을 보냈던 이대호는 "내가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잘 해야 올 수 있다. 뽑아줘야 올 수 있지 않겠냐"고 웃었다.
"우승 직후 근우랑 '우리 이제 늙었는데 다음에 올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근우가 "힘들어도 불러만 준다면 꼭 함께 하자'고 다짐했었다. 불러만 준다면 무조건 간다". 역시 대한민국의 4번 타자다운 대답이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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