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 선수들 이탈로 시즌 전 최하위 예상
예상 뒤엎고 견고한 수비-불펜으로 5강 싸움
KIA 타이거즈가 악조건 속에서도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했다. 비록 7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KIA의 지난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주전 키스톤 콤비인 김선빈과 안치홍이 각각 상무,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중견수 이대형이 kt의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kt로 이적했다. 수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센터라인 야수들이 모두 빠지면서 힘겨운 시즌을 예고했다. 아울러 FA 선수 영입은 없었고, 송은범이 한화로 이적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최하위권이라는 예상이 지배했다. 사실상 리빌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KIA는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서 전패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외부의 평가에도 묵묵히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개막 후 KIA는 6연승 신바람을 달리며 반전극을 펼쳤다. 에이스 양현종에 조쉬 스틴슨-필립 험버가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신예 문경찬까지 깜짝 호투로 힘을 보탰다.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양현종, 스틴슨 원투 펀치가 호투했지만 험버가 부진하면서 선발 계산이 흐트러졌다. 시즌 초 활약했던 젊은 투수들도 기복을 보이며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재응, 김병현 베테랑들이 차례로 등판하며 빈자리를 메웠으나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현종은 시즌 중반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임준혁도 부상에서 돌아와 확실히 3선발 임무를 해줬다.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순위 싸움에 큰 힘이 됐다. 마무리로 복귀한 윤석민은 최근 몇 년 간 무너졌던 KIA의 뒷문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생기면서 힘이 생겼다. 최영필, 김태영 등 베테랑들이 허리를 지켰고, 트레이드로 이적한 김광수가 깜짝 활약으로 필승조에 가담했다. 한승혁, 심동섭, 홍건희 등 젊은 투수들이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필요한 순간마다 호투로 힘을 보탰다.
KIA는 ‘5할 본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력을 보여줬다. 무너질 듯 하면서도 연승을 달리며 5위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 맞이한 위기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며 순위 싸움을 펼쳤다. 하지만 끝내 5위 자리를 SK에 내주며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대체 외인 투수로 영입한 에반 믹과 스틴슨, 최영필의 부상, 공격력 저하로 힘을 잃고 말았다. 시즌 내내 잘 버텼던 KIA였지만 5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역시 공격력이 아쉬웠다. KIA는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가 브렛 필, 이범호 2명에 불과했다. 필이 타율 3할2푼5리 22홈런 101타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이범호도 타율 2할7푼 28홈런 79타점으로 공격을 도왔다. 하지만 나지완이 극심한 부진으로 힘을 보태지 못했다. 김주찬은 타율 3할2푼7리 18홈런 62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계속되는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희망도 볼 수 있었다. 포수 백용환(10홈런)과 이홍구(12홈런)과 나란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베테랑 김민우는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하며 시즌 초 화끈한 공격을 자랑하기도 했다. 오준혁, 황대인 등 신예들의 후반기 등장도 볼거리였다. 여기에 최용규, 박찬호 등 내야수들이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KIA는 팀 실책 84개로 NC(83개)에 이어 최소 2위를 기록. 안정된 수비는 KIA의 순위 싸움에 중요한 밑거름이었다.
KIA의 스토브리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용하다. 내부 FA 이범호와 재계약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행보가 없었다. 그러나 필을 비롯해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 등 외국인 선수 3명에 총액 330만 달러를 투자했다. 특히 다음 시즌 양현종-윤석민 토종 듀오에 노에시, 스프루일로 연결되는 선발진은 KIA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공격력은 KIA의 최대 약점이다. 이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 KIA의 다음 시즌이 달렸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