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LG 결산] 개혁 시작, 황금기·암흑기 기로에 서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12.15 06: 06

신구조화로 우승 도전했으나 3년 연속 PS 진출 좌절
시즌 중 리빌딩 단행, 스토브리그 개혁 새 판짜기 돌입
달콤한 시간은 지나갔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 90년대 황금기 다시 도래하는 듯했으나, 역시 젊은 선수들의 약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9위로 추락한 LG 트윈스가 앞으로 10년을 좌우할 2016시즌을 맞이한다. 

LG의 2015시즌은 악몽이었다. 신구조화를 꿈꾸며 청사진을 그렸지만, 기대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했다. 2014시즌 마침내 팀의 중심으로 올라선 이병규(7번)는 다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2년 전 빅리그 에이스였던 루카스 하렐은 불안한 정신력으로 자멸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온 베테랑 봉중근과 이진영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사건사고도 두 차례 발생하며 셋업맨과 핵심타자가 허무하게 이탈했다.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누군가는 올라와 줄 것이란 믿음도 무참히 깨졌다. 
그러자 LG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후반기부터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빠르게 팀을 정리했다. 봉중근을 선발투수로 돌려, 일찍이 2016시즌 선발진을 확정지었다. 불펜투수로 성장세를 보인 임정우는 과감하게 마무리투수로 기용했다. 유강남 안익훈 서상우 등 젊은 선수들을 팀의 주축으로 삼았다. 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선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서 제외, 외야진에 개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병규(7번) 안익훈 임훈으로 외야진을 확정짓고, 이천웅 문선재 채은성에게도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일본 고치에서 열린 마무리캠프서도 개혁은 계속됐다. 봉중근 손주인 임훈 등 베테랑도 캠프에 참여한 가운데, 선배와 후배의 무한경쟁이 진행됐다. 특히 군복무를 마친 이천웅 정주현 강승호 임찬규 등은 기존 선수들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양상문 감독은 마무리 캠프를 마친 후 “천웅이를 직접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좋다. 송구는 보완점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여지가 있다. 주현이도 기대가 크다. 스프링캠프서 주인이와 함께 2루 주전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다. 수비에서 주인이가 확실히 더 낫지만, 주현이가 스프링캠프서 수비를 향상시킨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LG는 수년 간 내야의 중심을 잡아온 오지환을 2016시즌 후 군입대 시킬 계획이다. 양 감독은 “지환이의 군복무를 대비해 승호를 준비시키고 있다. 승호는 2016시즌 유격수와 3루수로 뛸 계획이다. 2루수도 볼 수 있지만, 송구 방향에 있어 유격수·3루수와 2루수는 차이가 있다더라. 향후 멀티 내야수보다는 전문 유격수로 만들려고 한다. 승호와 (장)준원이가 지환이를 백업하는 만큼, 지환이도 내년에는 체력에 부담을 덜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FA시장에서 모습도 최근 몇 년과는 달랐다. LG는 포수 정상호와 계약, 3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했다. 유강남의 2루 송구가 향상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수비가 강하고 유강남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정상호를 데려왔다. 센터라인 강화를 통해, 2013시즌과 2014시즌처럼 강한 투수력과 수비를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를 펼치려 한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LG는 2003년과 2004년 베테랑 선수 대신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개혁을 꿈꿨지만, 결과는 10년 암흑기였다. 개혁을 이루기 위해선 감독·코칭스태프·프런트의 과감하면서도 냉철한 판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LG는 서로 다른 곳을 응시했고,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모두 물갈이됐으나, 최악의 결과만 낳으며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래도 전반적인 환경은 당시보다 낫다. 무엇보다 최신·최고를 자랑하는 2군 시설이 신예 선수들의 성장에 가속 페달 역할을 한다. 중구난방이었던 신인 드래프트도 이제는 커다란 청사진을 그린다. 감독·코칭스태프·프런트가 합심하고, 계획한 일들을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면, 새로운 황금기를 이룩할 수 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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