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에이전트 제도, 도입적기? 시기상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2.15 12: 40

대형 FA 중심으로 비공인 에이전트 활개
에이전트 필요성 동의, 철저한 준비과정 필요
KBO리그에 에이전트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을까? KBO와 구단 관계자 모두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수많은 경우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상태다. 

KBO는 지난 10일 윈터미팅에서 각 구단 단장들, 그리고 선수협 관계자들과 함께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논의했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FA 계약과 관련해 음성적으로 에이전트를 고용한 상황. 관계자들도 이제는 구단이 선수와 협상하는 것이 아닌, 에이전트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협상과 계약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이뤄지고 있는 비공인 에이전트들의 활동에는 명과 암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KBO리그는 FA를 중심으로 비공인 에이전트들이 움직이고 있다. 에이전트 A는 지난해 장원준의 대형계약을 성사시킨 것에 이어, 올해에는 정우람의 불펜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을 이끌었다. 하지만 몇몇 구단은 계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단별로 공정하게 협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B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우리와는 애초에 협상을 할 마음이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는 이 선수를 원했는데, 협상 창구가 막혀버려서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C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대형선수만 관리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KBO리그에서 에이전트가 붙는 선수들은 전체의 5%도 안 된다. 억대 연봉자들 중에서도 연봉상승률이 높거나, FA가 되는 이들만 대상이 되고 있다. 에이전트 피(FEE)를 많이 남길 수 있는 선수들에게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며 “에이전트 제도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5%만을 위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많은 선수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C구단 관계자는 독점현상도 경계했다. 그는 “현재 각 구단 별로 한 명씩 에이전트가 붙은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에이전트 제도가 확실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수의 에이전트가 다수의 선수들을 독점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며 “안 그래도 FA 몸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점현상이 일어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 뻔하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산더미처럼 많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 자격요건을 명확하게 정하고, 계약금액에 따른 에이전트 피(FEE)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앞으로 논의할 부분이 많다. 선수가 에이전트를 선임할 때는 연봉협상, 연봉조정, FA, 해외진출 등 네 가지 경우다. 일본은 2001년부터 에이전트 제도가 만들어졌는데, 큰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다더라. 우리도 에이전트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게 에이전트 자격 요건이나 에이전트 피(FEE)등을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윈터미팅에서는 FA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을 없애자는 주장도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C구단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선협상기간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데에 다수가 찬성했다. 우선협상기간으로 인해 템퍼링만 조성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내년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규약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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