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부진한 성적, 이름값 야구 비판
팀 특색에 맞는 고강도 체질 개선 예고
역시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의 강자’는 없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데 실패하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와 마주해야 했다. SK의 이야기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왕조를 이룬 SK는 거듭되는 악재와 갈 길의 방향을 놓고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여준 끝에 3년 연속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이제 SK는 고강도 체질개선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려 한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회 우승을 이뤄낸 SK는 3년간 처지는 성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2013년과 2014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는 2015년에도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해 딱 1경기 가을을 경험하는 데 그쳤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고, 역전의 용사들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2015년을 앞두고 SK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팀 내에서 배출한 프리에이전트(FA) 선수 5명을 모두 잡는 성과를 이뤄냈다. 정우람의 군 제대 등 전력의 플러스 요인도 있었다. 초반까지는 잘 나갔다. 그러나 5월 이후 부상 여파가 닥쳤고 이를 적시에 대처하지 못하며 결국 5할 이하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결과임은 분명했다.
‘이름값 야구’의 한계였다. 토종 10승 투수는 김광현 딱 하나, 토종 3할 타자도 이명기 딱 하나, 100타점 선수도 이재원 딱 하나였다. 이름에서 신뢰를 주던 주축 선수들의 성적 하락이 도드라졌다. 벤치의 시즌 운영도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개인이 모여 팀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들도 할 말은 없는 시즌이었다. 여기에 이 선수들의 부진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자원들을 키워내는 데도 실패했다. 구단이 기대한 젊은 선수들은 알을 깨는 데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이런 SK는 최근 변화의 조짐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구단 주도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FA로 풀린 주축 선수들에게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고 합리적 기조를 이어갔다. 점진적 세대교체의 흐름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신 가고시마에 특별 캠프를 만들어 유망주들을 직접적으로 챙겼다. 대안 세력 확장을 통한 팀 체질개선이 이번 겨울의 주요 골자였다. ‘이름값 야구’에서 ‘실력의 야구’로 옮겨가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풍겼다.
전력 약화는 분명 크다. 불펜의 핵심 멤버였던 정우람 윤길현의 이적으로 8·9회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주전 포수였던 정상호의 이적도 불안요소다. 그러나 SK가 뚜렷한 원칙 속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간 마운드와 수비, 그리고 기동력으로 대권을 쟁취했던 SK는 이제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특성에 맞게 선수들을 정비하고 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야수들을 적극 보강하고 LG에서 보상선수로 우타거포 요원인 최승준을 지명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현장이 이런 야구를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SK의 실험 결과는 판가름날 것이다. 김용희 감독은 ‘기동력’을 통한 공격력 극대화를 천명했지만 올해는 뛸 수 있는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실패를 맛봤다. 희생번트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팀의 철학은 구단과 현장 모두에서 꼬여갔다. 올해는 이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이 첫 머리로 떠오를 것이다.
만약 이 작업이 잘 풀린다면 SK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춘 포스트시즌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여전히 좋은 자원들이 많고, 3년 전부터 키운 젊은 선수들도 서서히 전면으로 부각할 때가 됐다. 더 이상 SK를 ‘우승후보’로 평가하는 이는 없는 만큼 한결 부담을 덜고 경기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야구를 답습한다면 미래는 없다. 선수들의 변화와 공격력 대두와 같은 리그의 추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예전의 스타일에 안주했던 것이 지난 3년간의 SK였다. 변해야 산다. SK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