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조던’ 신고 나온 SK, 하지만 조던은 없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2.16 06: 36

‘에어조던’을 신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조던처럼 마지막 슛을 성공하지는 못했다.
서울 SK는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4라운드서 서울 라이벌 삼성을 맞아 연장 접전 끝에 80-85로 패했다. 3연승에 실패한 SK(10승 20패)는 9위서 벗어나지 못했다. 3연승을 달린 삼성은 17승 13패로 단독 4위를 유지했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드웨릭 스펜서(18점, 3어시스트, 3점슛 3/4)와 김선형(19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이었다. 삼성은 단신외국선수를 가드 론 하워드에서 빅맨 에릭 와이즈로 교체한 상황. 스펜서가 공격에서 국내선수를 상대로 최대한 이점을 발휘해줘야 SK의 승산이 있었다. 

경기 전 문경은 SK 감독은 “스펜서가 공격은 잘한다. 와이즈의 자리는 국내 4번 선수가 비벼줘야 한다. 오리온과 우리만 가드네”라며 스펜서에게 기대를 걸었다.
이날 SK선수들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명품농구화 ‘에어조던’ 중에서도 지난 12일 가장 최근에 발매된 희귀품 ‘에어조던11 72-10’을 단체로 신고 나왔다. 조던이 1995-1996시즌 NBA 정규시즌 역대 최다 72승을 달성한 것을 기념해 제작된 신발이다. 전세계에서 한정판만 발매된 이 신발은 중고가가 40만 원을 훌쩍 넘고, 계속 가치가 오르고 있다.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명품 중의 명품이다.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을 제외한 SK 선수 11명이 동시에 이 신발을 맞춰서 신고 나왔다.  
3쿼터까지 스펜서는 조던이 부럽지 않았다. 스펜서 입장에서 짧게 뛰는 동안 공격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해야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입장. 스펜서는 2쿼터가 되자 진가를 발휘했다. 이호현, 임동섭 등 국내선수가 스펜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펜서는 2쿼터 3점슛 세 개를 꽂으며 9득점을 쏟아냈다. 3쿼터에도 스펜서는 이대헌에게 날카로운 어시스트를 뿌리고, 직접 속공까지 마무리했다. 공격력 하나는 확실히 빛났다.
국내선수가 스펜서를 저지하기는 버거웠다. 스펜서는 속공을 주무기로 3쿼터 7득점을 뽑아내 김선형(3쿼터 9점)과 공격을 주도했다. SK가 3쿼터 후반 56-56 첫 동점을 만드는데 스펜서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스펜서는 3쿼터까지 18점, 3점슛 3개, 3어시스트, 1스틸로 공격력이 돋보였다.
4쿼터 내내 벤치를 지키던 스펜서는 4쿼터 종료 12초를 남기고 투입됐다. 73-75로 SK가 뒤진 상황. 문경은 감독은 스펜서가 조던 처럼 경기를 끝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3초를 남기고 쏜 스펜서의 슛은 문태영에게 블록슛을 당하고 말았다.
영웅은 또 나왔다. 주희정이 자유투 2구 중 1구를 실패했다. 김선형이 4쿼터 종료와 동시에 하프라인에서 던진 3점슛이 기적처럼 꽂혔다. 6198명의 SK 홈팬들이 열광했다. 마치 마이클 조던의 게임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SK에 조던은 없었다. 연장전을 허무하게 내준 SK는 결국 패하고 말았다. '에어조던'을 신고 조던의 기를 받고자 했던 SK의 시즌 첫 3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경기 후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의 버저비터로) 가능성이 있었다. 연장 시작과 동시에 사이먼이 바스켓카운트를 할 때 ‘경기를 뒤집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공격이 2-3번 실패해 역전을 허용했다.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마지막 슛을 놓쳤지만 문 감독은 18점을 넣은 스펜서의 공격력을 칭찬했다. 문 감독은 “마지막 공격에서 외곽선수로 다 바꿔서 승부를 내려고 했다. (스펜서의 슛이) 블록슛에 걸렸다. 그런 부분은 운이 안 따랐다. 슛은 들어갈 때도 있고 안 들어갈 때도 있다. 국내선수들이 언더사이즈 빅맨만 비벼준다면 외곽에서 스펜서의 활용도는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며 스펜서의 기를 살려줬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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