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2년, 식이요법·웨이트 매진하며 자기 관리
"내 공에 자신감, 어떤 자리든 두려움 없다"
야구선수가 공익요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운동량이 줄면서 살이 찌는 경우가 많다.

나태해져서라기보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찾아올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거부하고 오히려 더 '근육 사나이'가 된 선수가 있다. 18일 소집해제를 앞둔 넥센 히어로즈 우완 이보근(29)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어깨 부상으로 고전하던 입대 전보다 현재 오히려 몸이 좋아졌다.
최근 말년 휴가를 받아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도 다녀오고 목동구장에서 자율 훈련을 하고 있는 이보근은 "2년 동안 푹 쉬며 운동만 했다"고 최근 근황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식이요법을 하고 운동만 하기 위해 김포 변두리로 이사를 했다. 약속을 안잡으려고 휴대전화를 안 보니 친구는 끊겼는데 몸은 좋아지더라"고 변하지 않은 입담도 과시했다.
이보근은 "2년 동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 입단 후 제대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잘 되지 않으면서 고민도 많고 불면증도 심했다. 하지만 쉬면서 고민이 줄고 코치님들이 잡아주시는 것만 고치다보니 오히려 공도 더 좋아졌다. 웨이트도 원래도 아파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서)건창이나 (박)병호를 보고 한 번 해보자 해서 마음 먹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시즌이 끝난 뒤 공익 근무를 시작했다. 승무원이었던 아내는 그에게 반 년의 '휴가'를 줬다. 공익 근무 시간이 끝나면 먹고 싶었던 것도 마음껏 먹고 그동안 아팠던 어깨 때문에 힘들었던 운동도 쉬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다시 운동에 들어갔다. 쉬며 차분히 되돌아보니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이보근은 운동을 시작하면서 식단 조절까지 완벽하게 했다. 그는 "다행히 공익은 근무 시간 외엔 개인 시간이 자유롭다. 운동하면서부터는 모든 음식에 소금도 끊고 닭가슴살과 채소, 달걀만 먹었다. 마트에 가면 달걀만 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왔다. 닭가슴살은 어떤 양념도 치지 않고 먹었다. 아내가 지난해 겨울부터 출산을 위해 처가에 가있었지만 아내와 한 약속이기 때문에 식습관을 혼자 완벽하게 지켰다"고 했다.
웨이트를 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무리하게 어깨를 쓰지 않으니 고질적인 어깨 통증도 사라졌다. 이보근은 "이렇게 어깨 통증이 없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가고시마에서도 코치님들이 다 오히려 공이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정말 힘들게 식단 조절하고 운동했는데 내년에 못하면 정말 내 자신에게 화가 날 것 같다"고 내년 시즌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아직 이보근의 내년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어떤 자리든 괜찮다고 했다. 이보근은 "투수가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 어떤 자리에 가든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 2년 동안 내 자리는 없어졌지만 어디서든 내 공만 던지면 된다. 우리 팀이 많이 어려졌는데 빈 자리가 생긴 만큼 어린 선수들에겐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내가 이끈다기보다 나만 잘하면 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넥센 마운드는 날이 갈 수록 어려지고 있다. 이보근도 이제 투수 서열 3위가 됐다. 그는 "가고시마에서 어린 선수들이 다가오질 않더라. 밥도 (양)훈이랑만 먹고 산책도 훈이랑만 했다"며 웃었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이보근. 그가 다시 150km를 던지던 전성기의 공을 보여준다면 제대 후 넥센은 그라운드 안팎의 믿음직한 형의 귀환을 맞을 수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