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구단주, "팀워크에 문제없는지 봐달라"
박석민 성품 확인하고 역대 FA 최고액 투자
"우리 구단 왔을 때 팀워크에는 문제가 없을지 봐 달라".

NC는 지난달 30일 FA 박석민(30)을 4년 최대 총액 96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에 계약했다. NC의 통 큰 투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평소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기로 소문난 김택진 구단주의 동의가 있었기에 박석민의 영입도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있었다.
사실 NC는 처음부터 박석민을 영입할 계획이 없었다. NC 구단 관계자는 "박석민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전혀 계산하지 못한 상황이라 급하게 회의한 끝에 팀 전력 보강과 함께 관중 동원에 있어서도 우리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라는 판단 아래 영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워낙 막대한 금액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구단주를 맡고 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로부터 재가를 받아야 했다. 영입 필요성을 느끼고 1차 보고를 했을 때 미국에 있던 김택진 구단주가 한 가지 주문한 것이 있었다. "선수를 먼저 만나 보시되, 우리 구단 왔을 때 팀워크나 이런 쪽에 문제없을지 봐 달라"는 것이었다.
KBO 제9구단으로 시작한 NC는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아래 단단한 팀워크로 뭉쳐있다. 대부분 다른 팀에서 빛을 보지 못하거나 한두번씩 좌절을 겪은 선수들이라 남다른 끈끈함이 있었다. 이호준·이종욱·손시헌 등 기존 외부 FA 영입 선수들도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어린 선수들과 잘 융화됐다. 김 구단주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봤다.
구단주의 주문을 듣고 움직인 배석현 단장이 대구에서 박석민을 만나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협상 과정에서 박석민의 성품을 확인했다. 배석현 단장은 "직접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가벼운 선수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생각이 깊고 진지했다.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었다. 첫인상이 좋았고,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단주님께 '계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보고했고, 결정을 해주셨다"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 있어서도 박석민은 진정성을 갖고 임하며 불필요한 줄다리기를 하지 않았다. 배 단장은 "모기업에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입장이라 보장해줄 수 있는 금액은 86억원에 옵션 10억원이었다. 옵션으로 10억원을 양보한 건 박석민도 마음을 열어준 것이다. 계약 중에도 다른 팀들의 전화가 왔지만 저울질하지 않고 우리와의 협상에만 집중했다"고 고마워했다.
박석민은 NC에서도 삼성에서 쓰던 등번호 18번을 그대로 단다. 공식적으로 NC의 18번은 홍성용이 시즌 중 kt로 트레이드된 이후 비어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유망주 배재환이 달기로 결정돼 있었다. 박석민은 까마득한 후배 배재환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양해를 구했고, 그의 양보로 18번을 넘겨받게 됐다. 제아무리 후배라도 예의를 지키며 NC의 팀워크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