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장필준, 88년생 투수의 또다른 성공 사례될까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12.17 10: 58

상무 전역 정영일, 허약해진 SK 계투진의 기대주
장필준, 야구 열정 남달라…구속 회복이 최대 과제
'응답하라 1988'.

1988년생 투수 가운데 대어들이 유독 많다. 이 가운데 김광현(SK), 양현종(KIA), 이용찬(상무)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돌고 돌아 KBO 무대를 밟게 된 정영일(SK)과 장필준(삼성) 또한 1988년생 투수들의 또다른 성공 사례가 될 것인가.
정영일과 장필준 모두 고교 무대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완 투수였다.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 이들 모두 부상과 부진 속에 성공의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나란히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정영일은 SK, 장필준은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고교 무대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뛰어난 재목이었지만 곧바로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정영일은 이듬해 상무 유니폼을 입었다. 하루 빨리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게 낫다는 구단의 판단에서다. 상무의 주축 투수로 활약했던 정영일은 올 시즌 51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1패 2세이브 17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4.66으로 다소 높았으나 투구 내용은 만족할 만 했다.
정영일은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와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150km 안팎의 강속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정영일은 체인지업, 스플리터, 커브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SK는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의 이적 속에 계투진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정영일에게는 도약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보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지금으로서는 1군에 진입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게 그의 말이다.
2013년 12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던 장필준은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밟은 뒤 뒤늦게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1군 마운드에 두 차례 등판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8월 30일 대구 LG전에 선발 등판, 2이닝 7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6실점으로 흔들렸다. 다행히도 타선의 도움 속에 고배는 마시지 않았다. 9월 4일 SK전서 2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류중일 감독은 장필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미국 시절 투구 동영상을 봤는데 시원시원하게 잘 던지더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아무나 데려가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교 시절의 위력투를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는 구속 회복이 절실하다.
장필준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 등판했으나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에 머물렀다. 류중일 감독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에 머물렀는데 지금보다 더 나와야 한다"며 "장필준 역시 장차 삼성 마운드를 이끌 재목이다.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달 괌 1차 캠프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면 구속 회복 가능성은 높다. 삼성 마운드는 새 얼굴에 목마르다. 장필준은 마운드의 세대 교체를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성패 여부는 선수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돌고 돌아 KBO 무대를 밟게 된 정영일과 장필준의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what@osen.co.kr
[사진] 정영일-장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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