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 위해 긴급 출국, 볼티모어행 확정
타자천국 캠든야즈, 기량 발휘 유리한 환경
가장 적합한 팀에서 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볼티모어 오리올스행을 앞둔 김현수(27)가 미국으로 향했다.

김현수는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서 김현수측은 행선지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 현지언론 ‘볼티모어 선’이 김현수가 미국에 도착하기에 앞서 “볼티모어 구단과 김현수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 신체검사만 남겨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현수는 지난해 강정호와 올해 박병호에 이어 통산 세 번째로 KBO리그에서 빅리그에 진출한 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현수의 볼티모어행은 여러 곳에서 예상했던 일이었다. 일단 볼티모어의 단장이 아시아선수를 유독 선호하는 댄 듀켓이라는 점. 볼티모어에 좌타자와 코너 외야수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당장 FA 시장에서 거액을 쓸 수 없는 볼티모어 사정 등을 고려,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타깃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중요한 것은 김현수에게도 볼티모어가 상당히 괜찮은 팀이라는 점이다. 일단 계약기간부터 적합하다. 고액의 장기계약은 아니지만, 향후 6, 7년 전성기를 보낼 김현수의 나이를 감안하면 2년 후 FA 대박을 노려봄직 하다. 쉽게 말해, 김현수가 앞으로 2년 동안 메이저리그서 활약하면, 2017년 겨울에는 엄청난 규모의 FA 계약이 기다린다. 반대로 빅리그서 고전하더라도, 다시 FA기 때문에 한국 혹은 일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볼티모어 팀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볼티모어는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5할 승률 이상을 올렸고, 2012시즌과 2014시즌에는 가을잔치에 진출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양대 빅마켓 팀과 같은 리그에 있으면서도, 저력을 뽐내고 있다. 2015시즌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217개),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을 사용하며 막강한 힘을 뽐냈다.
실제로 볼티모어 홈구장 캠든야즈는 중앙 121.9m·우중간 113.9m·좌중간 125m·우측 파울폴 96.9m·좌측 파울폴 101.5m의 규격으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친화형 구장 중 하나다. 김현수가 그동안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잠실구장보다 작다. 특히 우측파울 라인이 96.9m에 불과한 것과, 외야라인 좌측 펜스가 앞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좌타자 김현수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외국인 스카우트와 관리를 맡고 있는 라이언 사도스키 또한 김현수가 캠든야즈에서 뛰는 것을 주목했다. 사도스키는 자신의 SNS에 “메이저리그에 잠실구장보다 작은 구장은 많지 않다. 김현수는 잠실구장보다 작은 몇 개 안 되는 구장에서 뛰게 됐다”면서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실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 아주 대단한 타자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렸다.
덧붙여 김현수는 뉴욕 양키스의 양키스타디움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서도 상당히 많은 경기를 치른다. 타자친화형 구장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김현수는 만 20세였던 2008시즌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한 후 홈런타자로 변신을 선언했다. 실제로 2009시즌 타율 3할5푼7리를 유지한 채 홈런 23개를 폭발, 2008시즌보다 홈런 14개를 더했다. 그러나 이후 장타력과 컨택능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고전했다. 무엇보다 KBO리그에서 독보적으로 넓은 잠실구장을 쓰면서 홈런에 대한 고민을 속시원하게 풀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만약 김현수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지 않았다면, 충분히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홈런왕과 MVP를 수상했을 것이다”며 잠실구장이 김현수의 성장에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타자가 작은 구장을 쓴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볼티모어행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김현수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의 투수들과 맞붙는다. 엄청난 무브먼트를 지닌 빠른 공들을 때려야 한다. 그럼에도 김현수에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김현수가 국제무대에서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빼어난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분명 빅리그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다른 아시아 타자보다 그 시간을 단축시킬 확률이 높아 보인다. 김현수의 도전과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