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만 만나면 작아진다’ 삼성의 남녀농구단이 동병상련을 겪었다.
남자농구 삼성 썬더스와 여자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각각 남녀농구 3연패를 달성한 챔피언 모비스와 우리은행만 만나면 작아졌던 것. 삼성은 모비스에게 무려 2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삼성은 지난 2012년 1월 10일 승리 이후 1437일 동안 모비스에게 눌려 지냈다. 유재학 감독은 이상민 감독에게 “삼성! 파이팅”이라고 말해 굴욕을 선사하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를 함께 쓰는 여자농구 삼성생명도 사정이 비슷했다. 통합 3연패의 챔피언 우리은행에게 내리 10연패를 당하고 있던 것. 유일하게 남녀 농구단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챔피언 징크스’를 탈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남자농구는 드디어 한을 풀었다. 삼성은 1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경기서 문태영(22점, 7리바운드)과 라틀리프(15점, 12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73-7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지난 2012년 1월 10일 승리 이후 1437일만에 모비스를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치열한 만큼 사건사고도 많았다. 3쿼터 종료 1분 15초전. 박범재 심판은 갑작스럽게 모비스 빅터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불필요한 언어를 했다는 이유. 삼성은 자유투와 공격권을 얻었다.
모비스가 문제에 대해 설명 듣기를 원했지만 박 심판은 "내가 들었습니다"라는 말만 전하고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비스 선수단 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야유를 외쳤고 급기야 음료수가 코트 위로 투척됐다. 그 순간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이 다시 테크니컬 파울을 당했다.
모비스는 72-71로 역전한 뒤 마지막 수비에 임했다. 전준범이 장민국을 막는 과정에서 파울이 불렸다. 전준범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민국이 2구를 모두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이 23연패를 끊었다.
반면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에 패하며 11연패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삼성생명은 손쉬운 노마크 슛을 놓치는 등 유독 긴장한 모습이었다. 실책도 15개가 쏟아졌다. 삼성은 공격리바운드도 12개나 헌납했다.

경기 후 임근배 감독은 “우리은행이 선수들이 여유가 있다. 우리은행은 빠르더라도 급하지 않다. 우리는 빠르면서 급하다. 그 차이다. 레이업슛 미스가 나오는 것도 무지 빠르게 들어갔는데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음이 급해 넣을 수 있는 슛도 놓쳤다는 뜻이다.
삼성의 ‘모비스 징크스’는 해를 넘기지 않고 끝내 깨졌다. 삼성생명은 오는 24일 성탄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춘천에서 우리은행과 맞붙는다. 삼성생명의 징크스가 해를 넘기지 않고 깨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용인=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