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보상선수로 투수 유망주들 이탈
남은 유망주 투수 육성에 미래 달려
유망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복권과도 같다. 터지면 대박이지만 기약 없는 쪽박이 될 수 있다. 유망주의 성장만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유망주 관리·육성을 뒷전으로 해선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FA 투수 정우람·심수창, 2차 드래프트 및 방출 시장에서 송신영·이재우를 영입했다. 만 30세의 정우람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30대 중후반 투수들이다. 반면 FA 보상선수와 방출로 팀을 떠난 최영환·박한길·조영우는 2014년 입단 동기로 20대 초중반 젊은 피들이다. 베테랑들이 대거 들어오며 젊은 피들이 빠져나갔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명의 FA 투수를 영입하며 즉시 전력을 묶는 데 주력했고, 당장 활용하기 어려운 미완의 대기들은 보호명단에서 들어갈 수 없었다. 보류명단에서 제외했다 롯데에 빼앗긴 최영환의 경우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박한길과 조영우의 보상선수 이적은 2016년 승부를 보는 한화 입장에선 비교적 선방한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최근 3년간 포수 유망주 한승택·김민수과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유망주들이 유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한화가 2군에서 착실히 육성하며 공들였던 자원들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대부분 입단 2년차 이하로 1군에서 크게 보여준 게 없지만, 2010년 5라운드 지명 출신 이태양도 입단 5년차였던 2014년부터 두각을 드러낸 것처럼 어린 투수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팀을 떠난 선수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지난 일이다. 남은 유망주 투수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향후 1~2년은 기존의 베테랑 투수들로 버티며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힘이 떨어지면 또 다른 암흑기가 올 수 있다. 2005~2007년 노장 투수들로 마지막 전성기를 누린 뒤 그들의 은퇴로 마운드 세대교체에 실패해 무너진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은 한화는 아직 쓸 만한 투수 유망주들이 꽤 많이 남았다. 올해 데뷔한 우완 김민우와 좌완 김범수 그리고 군제대 이후 눈에 띄게 성장해 돌아온 좌완 김용주는 당장 내년 시즌 전력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김민우·김범수는 만 20세, 김용주는 만 24세로 군문제도 해결돼 향후 한화 마운드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태양(25)도 내년 시즌 부상 복귀를 기다리고 있으며 신인 사이드암 김재영(22)도 데뷔한다. 일본인 투수코치들마다 매력에 빠지는 장신 좌완 문재현(23)도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우완 안승민(24)과 좌완 황영국(20), 곧 입대하는 조지훈(21)까지 남은 유망주 투수 자원들이 있다. 이들의 관리·육성이 바로 한화의 미래다.
한화 관계자는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수들을 떠나보내 아쉬움이 있지만 나머지 유망주 투수들도 있다. 과거에는 구단이 세대교체에 미흡했지만 그때의 아픔을 거울삼아 반복하지 않도록 구단 차원에서 신경 쓸 것이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신인 지명에 미온적이었고, 2군 전용훈련장이 없어 육성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한화는 2군 전용훈련장 건립과 스카우트팀의 발품을 판 노력으로 유망주들을 꾸준히 모아왔다. 몇몇 유망주들이 줄줄이 떠났지만 남은 투수 유망주라도 더욱 세심하게 관리·육성하며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김민우-김범수-김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