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얻은 FA 권리 외부 평가 받고 싶었다
처음부터 kt 생각..신생팀 젊은 선수들에 조언
kt 위즈 외야수 유한준(34)이 새 팀에서 뛰게 된 각오를 전했다.

유한준은 지난달 29일 kt와 4년 60억원에 계약하며 새 둥지를 찾았다. 쉽게 이적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었기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율 3할6푼2리 23홈런 116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생애 첫 외야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FA 기회였고, 결국 시장의 평가를 받고 kt로 팀을 옮겼다.
지난 1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유한준은 계약 당시를 떠올리며 “사실 넥센에 정도 많이 들었고, 훈련 시스템이나 모든 게 잘 맞았다. 남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해 마지막 날까지 고민했다. 그런데 FA 시장에 나가지 않으면 야구 인생을 살면서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얻은 권리인데 프로야구 선수로서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받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원 소속 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끝났고, kt의 오퍼를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준은 “넥센이 아니라면 일단은 kt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모교가 있는 곳이고, 신생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봤다”면서 “어떻게 보면 나는 실패를 많이 했던 선수였다. kt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고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단 측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내 생각과 일맥상통했다. 따라서 금액 같은 부분은 일사천리로 결정됐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한준은 수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원래 수원 출신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게 유신고등학교”라는 게 유한준의 설명이다. 유한준은 “수원이 태어나서 자란 곳은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때 기량이 부족해서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당시 체격도 평균 이하였다. 야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때 유신고에서 불러줬다. 감사한 마음으로 수원으로 이사 오게 됐다. 그래서 대학도 갈 수 있었고, 프로 지명도 받게 됐다. 졸업 후에도 늘 감독님을 찾아뵙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한준이 외부에서 본 kt의 이미지는 어땠을까. 그는 “젊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대 때 홈구장으로 쓴 곳이기도 한데, 그 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수원 팬들도 초반보다 많아진 걸 보고, ‘kt가 수원에 자리를 잡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전했다. 현대 시절 주로 백업으로 뛰었던 터라 수원 구장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유한준은 “당시 (이)진영이형이 WBC에서 ‘국민우익수’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래서 팬들에게 ‘시민우익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재미있는 기억이 있다”라고 답했다.
유한준은 kt로 이적하면서 현대와 히어로즈 시절 선수로 함께 뛰었던 이숭용 코치와 재회했다. 당시 막내와 고참급 선수로 함께 했는데 이제 유한준이 어느덧 고참급 선수가 됐다. 유한준은 “이숭용 코치님을 보고 배웠는데, 그런 역할을 할 때가 온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이숭용, 김동수, 송지만 코치님 등이 선수 시절 몸 관리하는 걸 봤을 때는 그냥 ‘저렇게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분들이 왜 그렇게 생활하셨고, 후배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는지 이해가 된다. 나도 생활면에서 선배들처럼 되고 있더라”라면서 “kt에서 후배들이 원한다면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전수해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유한준의 목표는 ‘매 경기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는 “목표를 숫자로 정해놓지는 않는다. 수치를 정하고 그걸 따라가려다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하고 144경기가 끝났을 때 나온 기록을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최다 안타를 기록했지만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하루하루 기록이 쌓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유한준은 “넥센팬들께는 죄송하다. 늘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kt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넥센팬들에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 kt 팬들께는 100마디 말 보다는 내년에 수원 야구장에서 야구로 보여주는 게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모든 걸 쏟아 붓고 팬들에게 좋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