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어 또 터진 대학 입시 비리 논란
지도자 처우 개선, 강력한 처벌 등 필요
야구계에 끊임없이 입시 비리가 터지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2012년 12월 프로 감독 출신의 대학 야구 감독이 입시 비리에 연루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야구계가 다시 입시 비리에 홍역을 앓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5일 고려대 야구부의 입시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고려대 야구부 감독이 입학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와 연루된 학부모, 브로커 역할을 한 동문회 관계자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야구계 입시 비리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자 확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뒷돈이 오가는 입시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 초에는 서울고등학교 3학년 시절 4할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지난해 대학 입학에 실패한 홍승우 선수의 사연이 논란이 됐다. 홍승우 선수의 아버지인 홍창기 씨는 “올해도 고려대학교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는 타율이 2할6푼8리에 불과한데 대학에 붙었다. (연세대와)똑같이 (입시 커넥션)진행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씨는 “3~5월 황금사자기가 끝날 때 쯤 이미 ‘누가 얼마에 어디에 입학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운동장에서 학부모들이 이런 식의 인사를 나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일찍부터 뒷돈이 오가고 특정 대학 입학자들이 정해진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그러지 못한 선수들은 감독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배제가 된 상황에서 기다리는 건 무의미하다. 결국 고교 감독, 대학 감독 등과 커넥션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뒷돈’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스포츠 전반에 걸쳐 비리가 있다. 비리를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면서 “감독들은 신분 보장이 확실히 되지 않는다. 직업이 불안정하니 돈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비리 사슬에 얽히게 되는데, 주위에선 야구계의 고용 구조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해설위원 역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학부모들이 돈을 내면서 야구부가 운영된다. 학부모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잘못이 생기면 감독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학교에서 확실히 지원을 해준다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성적은 감독이 알아서 책임지라고 하면서 학교 측에서 지원은 해주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야구부가 확실한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만큼 뒷돈을 받을 명목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야구 관계자는 “그나마 지도자들의 처우가 좋아지고 있다. 안정적이 될수록 비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감독들에 대해서는 절대 봐줘선 안 된다. 그것은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서 “착실히 지도자 역할을 하는 감독들도 있다. 그런 지도자까지 함께 매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논란이 되는 건 대학의 특기생 자율 선발이다. 선수 선발에 재량권이 생기면서 일종의 ‘부당한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수치상으로 떨어지는 선수를 뽑는 건 문제가 있다. 보이는 성적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팀 마다 필요한 포지션을 뽑아야 한다. 고교 때 성적도 지역마다 다른 특성이 있는데, 일률적으로 선수를 뽑으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해설위원도 같은 뜻을 전했다. 포지션 특성에 따라 자율 선발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
실제로 입시 비리가 문제가 되면서 최근 일부 대학들은 고교선수들의 경기 성적을 토대로 뽑는 곳이 많아졌다. 감독들의 입김(사전 스카우트)을 배제하고 대학 당국이 자체적으로 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선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또 고교시절의 성적이 변별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고교 감독들이 특정 선수의 성적을 올리려고 마음 먹는다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의 잠재력과 장래성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선 감독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물론 선발과정에서 ‘뒷돈’이 개입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는 자율 선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선수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의문이 가는 성적의 선수가 합격했다면, 누가 봐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또한 좋은 성적과 실력을 가지고도 불합격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선 선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가 터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연루된 관계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입시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쉽게 고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강력한 처벌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뒷돈이 오가게 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