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12년 만의 골든글러브+FA 대박
야구에 대한 연구, 그리고 정신력이 만든 결과물
‘대기만성’의 표본이 되고 있는 외야수 유한준(34, kt 위즈)을 만든 건 야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여유였다.

유한준은 올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004년 프로에 입단할 때만 해도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주로 백업으로 뛰었다. 상무 제대 이후 서서히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2011년 말 팔꿈치 수술을 받고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유한준은 이를 극복하고 2년 연속 3할, 20홈런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올 시즌에는 타율 3할6푼2리 23홈런 116타점을 기록하며 안타 1위, 타율 2위에 등극했다. 각종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경신했고,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어 kt로 이적했다. 4년 총액 60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지난 8일 ‘201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생애 첫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데뷔 12년 만에 맞는 전성기다.
유한준이 지난 시즌부터 만개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히는 건 벌크업과 루틴이다. 유한준은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가 몇 년 전부터 몸을 키우라고 말했다. 계속 말을 안 들었는데, 외국인 타자가 들어올 때, ‘특징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책도 선물해주시고 저에게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반신반의했다. 두 달 만에 살을 찌울 수 있을까 했는데, 절박했고 변하지 않으면 야구도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타구 스피드를 늘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는데 결국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염경엽 넥센 감독이 강조한 ‘루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야구선수로서 일어나서부터 잘 때까지 야구를 잘 하는 루틴을 만들라는 주문이었는데, 유한준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두 가지 요인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유한준은 야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특히 유한준은 지난 2년 간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력도 좋아졌다. 이에 대해 유한준은 “테니스 선수들이 시속 200km가 넘는 서브를 받아내는 모습을 봤다. 어떻게 저걸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공이 라켓에 맞는 순간의 모습, 움직임 등을 흉내 냈더니 스타트가 잘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적인 부분을 변화의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유한준은 “재활을 하면서 느낀 게 많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재활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정해진 시간은 있다. 너무 조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면서 “시간과 싸우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에서의 부담감도 이기려고 노력했다.
유한준은 “예전에는 부담이 안 되는 척, 괜찮은 척을 했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안 좋았다. 매 타석, 경기가 부담이지만 그걸 인정하고 못한 날은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렇지 않아서 부진이 길어지고 길을 잃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저 때문에 팀이 져서 계속 미안해하면 더 미안하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 미안한 건 그날로 끝내고 내일 좋은 게임으로 갚으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스스로 용서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준은 “스스로를 용서하려는 생각을 하고, 그런 마인드로 바꾸려고 많이 노력한다. 지금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지만,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 12년 만에 수상한 골든글러브, 그리고 FA 대박.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유한준은 긴 시간 자신 만의 노하우로 제 2의 야구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새 팀에서 새 출발을 하는 만큼 그의 도전이 궁금해진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