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문제 탓에 보유한도 확대는 난색
선발 다양성 재고, 시장에 파급력 있어
외국인 선수를 놓고 KBO 리그가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을 정도로 각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에 지금은 ‘출전 선수 제한’을 푸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원 출전’만 되어도 각 팀의 선택폭이 한결 넓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KBO 리그는 지난 9일과 10일 윈터미팅을 진행했으며 비공개회의 때는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여 몇몇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보유 한도 확대와 다년 계약 허용 여부를 두고 구단들의 의견이 엇갈려 합의에는 실패했다. 내년 이사회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외국인 선수 계약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당장 어떠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단들은 외국인 보유 한도를 늘리자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반대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과 드러나지 않은 인센티브와 옵션을 포함해 사실상 평균 100만 달러(약 11억8400만 원)를 향해가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각 구단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여기에 외국인 한도를 확대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벽으로 지목됐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출전 선수 한도라도 풀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유 선수를 늘리는 것은 큰 추가 비용이 발생하니 어렵다고 하더라도,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활용하는 방안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는 현행 3명까지 보유할 수 있으나 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2명으로 제한(kt는 신생팀 특혜로 내년까지 4명 보유, 3명 출전)된다.
이 규정은 외국인 선수 확대로 국내 선수 입지가 줄어들 것을 걱정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이 규정은 사실상 외국인 선발의 틀을 ‘선발 투수 2명+야수 1명’으로 강요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야수를 2명 뽑으면 투수가 나설 때 1명은 반드시 경기에서 빠져야 한다. 불펜 투수를 뽑아도 선발이 외국인인 날에는 경우에 따라 야수를 경기 시작부터 빼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에 외국인 선발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테면 타격이 약한 팀은 투수 1명, 야수 2명으로 갈 수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는 것이다. KIA의 경우는 2014년 불펜 자원인 어센시오를 뽑았으나 상황마다 야수와의 투입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는 복잡한 상황에 이른 기억이 있다. 하지만 3명 모두 출전을 허락한다면 각 팀이 전력에 맞게 외국인 선발을 할 수 있다. 물론 선발 2명을 택하는 팀들이 많기는 하겠지만 최소한의 문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폭등하고 있는 프리에이전트(FA) 몸값도 조금은 진정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구단들은 취약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거액의 FA 몸값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출전 제한이 철폐된다면 FA 대신 외국인으로 단기적 대안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 투수들의 몸값도 많이 올랐다. 이는 ‘불펜 외국인’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하나의 이유로 뽑힌다.
이왕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 3명을 모두 활용해 구단이 최대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물론 이 안건은 이번 단장 회의에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의 동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인 한도를 늘리기 어렵다고 선수협도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면, 이런 방식으로 임시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다. ‘인프라 및 국내 선수층 확대’라는 대전제 속에 각론에서는 어떤 묘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