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변화’ 뉴SK 프로젝트 시동 걸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20 06: 03

신진 세력 대거 수혈, 점진적 변화 추구
세대교체, 2~3년 뒤 팀 변화에 관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썩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한 SK가 세대교체 흐름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새로운 판을 짜 2~3년 안에 다시 롱런의 기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선수단은 젊어졌고,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오히려 경쟁은 더 심해졌다.

SK는 지난 17일 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정우람의 보상선수로 우완 조영우를 지명하면서 이번 이적시장 행보를 모두 마무리했다. SK는 이번 FA 시장에서 정상호 윤길현 정우람이 팀을 떠나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당장 불펜의 경우는 완전히 판을 다시 짜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보인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팀이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미래 전력 구상을 짰다. ‘젊은 SK’가 그 핵심에 있다.
최근 SK가 보여주고 있는 원칙의 대전제는 젊음과 팀 특성에 맞는 전력 구축이다. 그간 세대교체가 더디고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SK는 그 단점을 올해 뼈저리게 실감했다. 주축 선수들은 예전의 성적을 내지 못했고 그 자리를 차고 들어갔어야 할 신진 세력들의 성장은 더뎠다. ‘이름값 야구’를 한다는 비판에 시달린 끝에 간신히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반성한 SK는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팀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최정용 김정민 박종욱을 지명했다. 모두 즉시전력감이라고 볼 수는 없는 선수들이지만 미래에 투자했다. 3명 중 1명 정도는 즉시전력감을 지명한 여타 다른 팀들보다도 공격적인 행보였다. 미래를 그리며 일찍 군에 보냈던 정영일 문승원 이정담 임치영 최진호 등은 제대해 이제 군 문제 없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베테랑 선수들은 대거 팀을 떠났다. 은퇴를 선언하고 지도자 세계로 접어든 박진만을 비롯, 엄정욱 이상열 이재영 이한진 이창욱 등이 팀을 떠났다.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20대 중반의 선수들(안정광 홍명찬 윤중환 신현철)도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풀어줬다. 나간 선수들이야 모두 아쉬운 자원들이지만 어리고 최근 급성장한 신진 세력 선수들의 설 자리가 더 넓어졌다. 미래 키우기를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이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팀 연령대가 낮아졌고 경쟁을 통한 포지션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전력 누수가 큰 불펜에는 이승호 김승회라는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해 경험을 불어넣었고 군 제대 선수들로 인해 투수진의 구색도 살렸다. 물이 고였던 내야에는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가 가세한 것은 물론 유서준 최정민 조성모 등이 가고시마 특별캠프를 통해 급성장, 모든 포지션의 주전 선수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에 SK의 평균연령은 올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SK의 2015년 선수단 전체 평균 연령은 25.6세였다. 반면 2016년은 25.4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가 넘어가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존의 선수들이 한 살씩을 더 먹어 선수단 연령은 보통 높아지기 마련인데 SK는 오히려 떨어졌다. 또한 현재 보유 중인 79명의 선수 중 신인 11명을 포함, 34.2%를 차지하는 27명이 새로운 얼굴로 짜여졌다. 고여 있던 물을 흐르게 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현장이 원하는 공격적인 야구를 할 만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김용희 SK 감독은 기동력을 중심으로 한 상대적으로 선이 굵은 야구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올해 SK 야수들은 멀리 치지도, 잘 뛰지도 못했다. 자원들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 성적은 급하니 자연히 1점을 짜내고 마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야구가 펼쳐졌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전체적인 팀의 흐름을 놓고 봤을 때 올해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특성에 맞게 임석진 김동엽이라는 거포 유망주를 지명했고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역시 거포 자원인 최승준을 지명해 ‘공격’이라는 팀 컬러 장착에 대한 준비를 이어갔다. 기존 최정 박정권 이재원 정의윤에 내년 말 군에서 제대할 한동민 김도현까지 성장해 돌아온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간 스몰볼 이미지가 강했던 SK 타선이 본격적인 변신을 할 시기는 2017~2018년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이 내년에 당장 효과를 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력은 약화된 것이 분명하고, 신진 선수들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장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 구단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오프시즌 행보는 팀 체질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는 있다. 결과는 2~3년 뒤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지난 10년을 잊고 새 10년을 만들려는 SK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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