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행사서 '목욕 핑계'로 웃음
MLB행 희망… 소프트뱅크 유턴도 가능성
지난달 열린 ‘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과의 4강전은 많은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극적인 승부로 남아있다. 0-3으로 뒤져 있던 9회, 한국이 역사에 남을 만한 역전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8회까지 너무 패색이 짙어 9회 시청을 포기했다는 웃지 못할 증언이 속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반대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와사키 무네노리(34)도 비슷한 이유를 대 웃음을 샀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네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가와사키는 최근 일본으로 돌아와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와사키는 20일 후쿠시마 인근에서 열린 어린이들과의 토크쇼 자리를 통해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가와사키는 당시 한일전 패배를 묻는 어린이들의 질문에 “내 탓이다”라고 책임을 짊어졌다. 가와사키는 이번 일본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당연히 경기장 내에서 책임질 일은 없었다.
어린이들의 대담임을 고려한 가와사키의 유쾌한 분위기 환기였다. ‘스포츠호치’의 보도에 따르면 가와사키는 “8회까지는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8회가 끝난 뒤 2살짜리 아들을 목욕시켰다”라면서 “9회초 한국의 맹공을 받자 부인이 ‘큰일 났다’며 목욕탕으로 들어오더라. 내가 경기를 보며 힘을 보냈다면 100% 이길 수 있었다. 나의 자만이다”라며 객석을 메운 200여명의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가와사키는 미국에서도 뛰어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클럽하우스에서 인기가 많은 선수에 속한다. 영어는 서툴지만 미리 준비한 멘트로 동료들과 팬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 ‘입담’이 이번 토크쇼에서도 다시 빛을 발한 셈이다. 비록 속이 쓰린 것은 대표팀의 선수들과 마찬가지였겠지만 이런 가와사키의 재치 있는 농담에 아이들도 패배를 잊고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한편 가와사키는 이번 행사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착용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기부 행사를 이어갔다. 다만 정작 자신의 거취는 다소 복잡한 편이다. 토론토에서 사실상 방출된 뒤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와사키는 MLB 4년간 주로 백업으로 뛰며 262경기에서 타율 2할3푼4리, 출루율 3할1푼4리, 장타율 0.284, 1홈런, 50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나이를 고려하면 다른 팀들의 ‘러브콜’을 받기는 쉽지 않은 성적이다. 가와사키는 내심 MLB 잔류를 바라는 눈치지만 윈터미팅이 끝난 지금 시점까지 이렇다 할 제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MLB 진출 전까지 뛰어 친정팀이라고 할 만한 소프트뱅크 유턴설도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이대호와 마쓰다 노부히로가 모두 MLB 진출을 타진하는 중으로 타선 보강이 필요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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