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양현종, 故 이두환 자선호프 깜짝 등장 사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2.21 08: 18

결혼식 다음날 기차타고 상경 '깜짝 등장'
아내 배려 속 지하철 타고 우여곡절 서울행
KIA 타이거즈 좌완 양현종이 영원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먼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난 20일 서울 약수역 부근에 있는 한 주점에서는 '88둥이' 야구선수들의 '故 이두환 추모 및 환아 돕기 자선 일일호프'가 열렸다. 2012년 겨울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이두환을 기억하고 비슷한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2006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 동기들과 또래의 선수들이 3년째 열고 있는 행사다.
이번 일일호프에는 중요한 주인공 한 명이 빠져 있었다. 바로 이두환의 장례식 때부터 지난해 일일호프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상차리고 손님들을 대접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양현종. 양현종은 바로 전날인 19일 결혼식을 올리면서 부득이하게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일일호프가 시작된 뒤 얼마 후인 오후 6시반쯤 주점이 들썩였다. 양현종이 모습을 드러낸 것. 일일호프를 찾은 손님들 뿐 아니라 88둥이 선수들까지 몰랐던 '서프라이즈 등장'이었다. 선수들은 양현종에게 '어떻게 왔냐', '못오는 것 아니었냐'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시했다.
양현종은 "원래 신혼여행은 21일이라 시간이 있긴 했지만 결혼식 바로 다음날 아내를 혼자 둘 수 없어 못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가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데 다녀오라'고 해서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왔다. 다시 10시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두환이 일인데 내가 와야 하지 않냐"며 환하게 웃었다.
양현종은 테이블을 다니며 열심히 주문을 받고 사진을 찍어줬다. 사인을 정성껏 하는 일까지 빼놓지 않았다. 사실 양현종은 지난 7일 일구상 시상식이 끝난 뒤 이두환이 잠들어있는 벽제 납골당에 혼자 다녀왔다. 미안함을 이미 표시했지만 친구 이름이 걸린 행사에 빠질 수 없었던 것이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해 타이틀 시상식에 참석한 양현종은 수상 소감에서 "하늘에 있는 친구 두환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말로 깊은 우정을 엿보게 하기도 했다. 야구에서 인생을 얻었을 뿐 아니라 영원한 친구까지 얻은 양현종의 의미있는 발걸음이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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