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리뷰1] 린드블럼, 210이닝 극복해야 할 2016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2.22 06: 00

*편집자 주: 매일 롯데 선수 투타 1명씩 2015년 리뷰를 씁니다. 2015년 롯데 투수 중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는 27명, 야수는 39명입니다. 롯데를 떠난 선수를 제외한 선수 전원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투수는 이닝 순, 야수는 타석 순으로 연재됩니다. 
2014년 12월, 메이저리그 필승조 출신 우완투수 조쉬 린드블럼(28)의 한국행 소식이 처음 전해졌다. 2008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린드블럼은 중간계투로 2011년과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13년부터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인상적인 활약은 하지 못했고, 롯데 제의를 받고 한국행을 결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중간계투로는 좋은 활약을 했지만 선발로는 체력에 문제를 보여 한계를 노출했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필요했던 롯데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리고 린드블럼은 올해 롯데의 안목이 훌륭했음을 입증했다. 

- 2015시즌 총평
린드블럼의 시즌 최종성적은 32경기 2완투 1완봉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56 180탈삼진이다. 그의 진가는 이닝소화 능력에서 나타난다. 무려 210이닝을 던지며 리그 최다이닝 1위에 올랐다. 롯데에서는 1996년 주형광(216⅔이닝) 이후 19년만에 200이닝을 돌파한 투수가 됐다. 32번의 등판 중 1번은 타구에 맞아 1회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만약 사고가 없었더라면 주형광 기록까지 넘어설 뻔했다. 
린드블럼에게 물음표가 붙었던 부분은 체력, 그리고 구속이었다.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버틸 체력이 있는가, 그리고 메이저리그 시절 평균 150km에 육박하던 빠른 공을 얼마나 유지할지가 관건이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를 얕보지 않고 1년 내내 철저하게 등판을 준비, 에이스다운 면모를 뽐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까지 구종 3개를 구사한다고 알려진 린드블럼이지만 KBO리그에서는 체인지업과 싱킹 패스트볼, 여기에 포크볼까지 던졌다. 특히 포크볼은 롯데에서 이용호 코치의 조언을 듣고 금세 장착할 정도로 구공 습득능력이 뛰어났다. 타자들은 신장 195cm의 린드블럼이 내리꽂는 직구와 제구력을 갖춘 변화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린드블럼의 성공은 KBO리그에 대한 존중, 그리고 친화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리 라이언 사도스키 코치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거기에서 배운 '상대를 존중하라'는 말을 시즌 내내 실천했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에 미리 한글 자모를 외우고 올 정도였다. 동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자주 야구장에 가족들을 데리고 오는 등 가정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다. 
- 최고의 날
6월 린드블럼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롯데가 6월에 들어가면서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코칭스태프는 에이스 린드블럼을 연패스토퍼로 믿고 내보냈다. 문제는 등판간격을 자꾸 조정하면서 린드블럼에게 최소한의 휴식만 준 것이다. 그 여파로 린드블럼은 6월 4일 포항 삼성전(6이닝 3실점), 9일 사직 kt전(5⅔이닝 7실점)에서 연거푸 패전을 떠안았다. 
그럼에도 린드블럼은 쉴 수 없었다. 다시 4일만 쉬고 문학 SK전에 선발로 나섰다. 결과는 놀랍게도 완봉승이었다. SK 타선을 상대로 9이닝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 내줬고, 삼진 6개를 솎아내며 27개의 아웃카운트를 무실점으로 잡아냈다. 린드블럼 야구인생 첫 9이닝 완봉승이기도 했다. 
- 최악의 날
행운과 불운은 항상 붙어 다닌다. 완봉승을 거둔 바로 다음 경기인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4⅔이닝 12피안타 1피홈런 7실점으로 무너졌다. 삼진도 1개밖에 못 잡아냈다. 구속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두산 타자들의 정교한 타격에 섣부른 승부를 걸다가 제대로 당했다. 
린드블럼은 32번의 선발등판 중 부상으로 조기 교체된 경기와 당시 두산전 단 2번만 5회를 채우지 못했다. 린드블럼이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두산전 부진은 린드블럼에게도 큰 도움이 됐는데, 힘으로 억누르는 투구 대신 돌아갈 줄 알게 됐다. 
- 2016시즌 예상
메이저리그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던 린드블럼이지만, 팬들에게 시즌 중 했던 약속대로 롯데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것도 시즌이 끝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사인을 했다. 
내년에도 린드블럼이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을까. 긍정적인 부분은 그가 시즌 막판까지 속구 구속을 계속해서 유지했다는 점이다. 날이 쌀쌀했던 시즌 초반에 비해 시즌 막판 공이 더 빨랐다. 게다가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보냈다. 구위와 제구력, 변화구 구사능력까지 모두 갖췄기에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린드블럼은 데뷔 후 처음으로 한 해 200이닝을 넘게 던졌다. 미국에서도 중간계투로 활약한 시간이 길었고, 심지어는 퍼듀 대학에서도 주로 불펜으로 던졌었다. 그래서인지 시즌 막판에는 공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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