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조상우·박동원 등 억대 연봉 대열
경쟁 나서는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
넥센 히어로즈는 이번 겨울 새로운 인원을 보충하는 대신 기존 선수단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넥센은 이번 겨울 1선발과 마무리, 4번과 5번타자가 전력에서 빠져나갔다. 배힘찬, 송신영, 박헌도 등 즉시전력감도 2차 드래프트로 이탈했고 문우람, 문성현이 입대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도 다 90년대생 유망주들. 실질적인 전력 보강은 신인, 군제대 선수들과 21일 SK에서 웨이버 공시된 내야수 박윤을 22일 영입한 것이 전부다.
넥센은 마정길과 이택근을 잡은 뒤 일찌감치 겨울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외부 FA는 잡지 않는다는 구단의 철칙은 이번에도 지켰다. 대신 넥센은 외부 시장이 닫히자마자 내부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에서 화끈한 계약으로 새로운 억대 연봉자들을 속속 탄생시키고 있다.
17일 김하성에게 팀 역대 최고 인상률(300%)로 1억6000만 원이라는 연봉을 안겨준 넥센은 18일 박동원과 6800만 원에서 7200만 원 오른 1억4000만 원에 계약했다. 21일에는 조상우가 6800만 원에서 150% 오른 1억7000만 원에 도장을 찍어 억대 연봉자가 됐고 한현희는 23일 팔꿈치 수술을 앞두고도 3억 원으로 연봉이 올랐다. 22일에는 김대우가 1억1000만 원(종전 5500만 원), 김세현(김영민)이 1억 6000만 원(종전 95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이번 겨울에만 이미 5명의 억대 연봉자가 탄생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전반기에 뛰지 못한 오재영이 1억1000만 원에서 2200만 원 깎이면서 8800만 원에 계약, 억대 연봉자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시즌 동안 수고한 선수들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을 한다는 넥센의 협상 원칙이 올해 역시 드러났다. 그래도 박병호, 손승락, 유한준의 직전 연봉의 합(총 15억1000만 원)보다는 적으니 넥센은 '저비용 고효율'로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사실 넥센은 각팀이 2016시즌을 위한 전력 보강을 다 마치기도 전부터 벌써 약체로 꼽히고 있다. 팀의 자랑이던 타선에서 올해에만 76홈런이 빠져나간 데다가 15승 투수와 30세이브 투수가 사라졌다. 여기에 이렇다 할 보강이 없이 있는 선수들로 내년을 꾸려가야 한다는 점에서 급격한 성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넥센의 한 고참 선수는 "팀의 위기는 선수들에겐 기회다.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가 어린 선수들에게는 경쟁에 나설 찬스다. 3년간 쌓아온 경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구단이 경쟁에 돌입하는 선수들의 등을 두들겨주고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며 지원한다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넥센 선수단은 팀이 약체로 분류되고 있는 것에 더욱 오기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시즌 끝나고 전력 유출이 있을 것은 모두 예상하고 준비해왔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꼭 성공하고 말 것"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올 겨울 웅크린 듯한 넥센이지만 물밑에서는 더 큰 비상(飛上)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한창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