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이 한국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리그를 떠나 ‘미래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유소년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KOVO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구단들의 동참 의지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KOVO의 광폭 행보에 맞춰 구단들도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OVO는 지난 21일 주관 방송사인 KBS N과 2016-2017시즌부터 발효될 새로운 방송권 협약을 맺었다. 5년간 200억 원, 연 평균 4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시즌으로 만료되는 3년 계약(총액 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또한 프로스포츠 방송권 계약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장기 계약을 맺음에 따라 안정적인 리그 운영과 향후 구상이 가능해졌다.
KOVO 관계자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장기적인 사업 추진의 파트너를 얻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라고 이번 방송권 계약을 평가했다. 이미 KBS N과 든든한 동반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KOVO는 향후 컨텐츠 제작에 있어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KOVO는 상대적으로 홍보가 덜 돼 관심이 떨어지는 유소년 배구에 대한 획기적인 발전을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KBS N은 유소년 배구 대회의 주요 경기들을 중계하며 KOVO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KOVO는 매년 두 차례씩 유소년 배구 대회를 열고 있으며 지난 12월 아산에서 7회 대회를 끝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OVO는 이런 초등학생 배구의 저변 확대가 향후 좋은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동시에 배구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고 있다.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올해 7억5000만 원이었던 유소년 관련 예산은 내년에 10억 원 수준까지 증액될 예정이다.
그러나 구단들은 아직 KOVO의 발걸음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단들은 연고지 지역 배구팀에 지원을 하고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배구 행사를 열고 있지만 1~2개 구단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행사가 아예 없는 구단들도 적지 않다. 아직은 승부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배구단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장기적인 플랜이 부족하다는 점은 배구계에서 끊임없이 아쉬운 목소리로 맴돌고 있다.
실제 아산에서 열린 7회 유소년 배구 대회 당시 경기장을 찾은 구단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고지별로 2개 팀씩 유니폼을 지원한 것 외에는 구단의 손길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유소년 배구에 대한 각 구단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KOVO 차원에서의 주도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구단들이 한 축이 되어야 할 사업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더 아쉽게 다가왔다.
KOVO는 장기적으로 지역연고제 도입을 꿈꾸고 있다. 프로야구처럼 각 지역에서 성장한 선수들에게는 1년에 1명 정도씩 우선지명권을 주는 것이다. 이 경우 구단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선수 수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팀의 프랜차이즈 확립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의 관심으로는 각 연고지 팀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배구 여건 확보는 KOVO와 구단이라는 ‘양대 산맥’이 바로 설 때 가능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