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볼티모어 강한 2번타자로 최적합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2.24 14: 12

김현수, 코너 외야·출루율·좌타자 부족한 볼티모어에 큰 힘
메이저리그, 강타자 2번에 놓는 추세...김현수 2번 타자로 뛸 가능성 높아보여
김현수(27)가 마침내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었다. 김현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의 홈구장 캠든야즈에서 2년 700만 달러에 사인, KBO리그 최초로 FA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이렇게 볼티모어 소속의 빅리거가 된 김현수는 오는 25일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내년 2월 스프링 트레이닝에 앞서 다시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계약 체결 후 김현수는 “모든 것이 기쁘다. 가장 기쁜 것은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것이다”고 흥분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각오도 다졌다.
김현수의 말대로 앞으로가 중요하다. 일단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데려온 이유는 분명하다. 볼티모어는 김현수 영입을 통해 코너 외야진과 타선 출루 능력, 그리고 좌타자 보강을 바라보고 있다.
볼티모어는 2015시즌 아담 존스가 중견수로서 외야진의 중심을 잡았으나, 좌익수와 우익수는 형편없었다. 좌익수 자리에서 스티브 피어스, 우익수 자리에서 제라도 파라가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는데, 둘의 OPS는 각각 0.711, 0.625에 불과했다. 둘은 수비서도 뚜렷한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팀 출루율도 3할7리로 아메리칸리그 12위에 그쳤다. 팀 홈런 217개로 리그 2위에 올랐으나, 팀 득점은 713점으로 7위, 리그 평균(710점)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한 방은 갖췄지만, 꾸준한 출루를 통해 점수를 짜내는 능력은 부족했다.
홈런왕 좌타자 크리스 데이비스가 FA 시장에 나선 가운데, 우타자 편향도 볼티모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다. 볼티모어는 2016시즌 야수진의 중심에 자리할 존스·매니 마차도·조나선 스쿱·J.J. 하디·마크 트럼보 등이 모두 우타자다. 주전 포수 맷 위터스만 스위치 타자로 좌타자 타석에 들어설 뿐이다. 데이비스와 FA 계약 여부를 떠나 좌타자 보강은 공격력 향상을 위한 필수 과제였다.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가장 커다란 잠실구장을 쓰면서 꾸준히 수비력을 향상시켜왔다. 강견은 아니지만, 정확한 송구 능력을 지녔으며, 수비 범위도 좁지 않다. 무엇보다 언제나 몸을 아끼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타구를 잡으려한다. 메이저리그 외야 특급 수비와는 거리가 멀지만, 중간급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다.
출루율 또한 김현수의 장점. 김현수의 KBO리그 통산 출루율은 4할6푼에 달한다. 100경기 이상 출장한 8시즌 중 6시즌 출루율 3할9푼 이상을 기록했다. 김현수가 순조롭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한다면, 볼티모어 타선에 출루능력을 더할 수 있다.
좌타자로서 우투수와 좌투수를 가리지 않는 것도 볼티모어가 주목한 부분이다. 김현수는 2015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 3할3푼3리 우투수 상대 타율 3할3푼을 기록했다. 커리어 초반에는 좌투수에게 약했으나 점점 약점을 보완해나갔다. 볼티모어에 강한 우타자가 많은 만큼, 이들 사이에 김현수가 자리하면, 타선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만 하다.
덧붙여 김현수가 출루에 능하면서도 장타력까지 갖춘 점을 생각하면, 볼티모어는 내심 김현수를 강한 2번 타자로 기용할지도 모른다. 볼티모어는 2015시즌 상위타순 중 2번 타순에서 최악의 기록이 나왔다. 2번 타순 타율 2할5푼5리·출루율 3할1푼1리·장타율 0.405에 불과했다. OPS만 놓고 봐도 1번에서 5번 중 가장 낮은 수치(0.716)를 찍었다. 2번 타순에 무려 13명의 선수를 넣어봤으나 누구 하나 뚜렷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는 강한 타자를 2번 타순에 놓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마이크 트라웃이 2번 타자로 나선 것을 비롯해, 올해에는 조이 보토가 2번 타자로 70경기를 소화했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2015시즌 2번 타자가 출루율(0.332)과 장타율(0.420)에서 1번 타자(출루율: 0.328·장타율 0.405)보다 높은 수치를 찍었다. 타율 차이도 불과 2리(1번 타자:0.269·2번 타자:0.267)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리그 전체 2번 타자 OPS 0.751로 타순별 OPS 부문에서 3번 타자(0.812)와 4번 타자(0.796) 다음이다. 볼티모어의 경우, 마차도를 1번, 김현수를 2번, 존스를 3번으로 놓으면, 좌우의 균형을 맞춘 상위타선을 완성한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김현수가 최적의 환경에서 출발점을 찍게 됐다는 것이다. 캠든야즈에 들어서며 “확실히 작기는 작다”고 이야기한 김현수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drjose7@osen.co.kr
[사진] 볼티모어 오리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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