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선발, 화~토 지명타자 출전
투타겸업 비중 확대, 외야 기용도 고려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의 한계는 어디일까. 일본 최고 선수로 성장 중인 오타니가 또 한 번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외야수 훈련은 물론 투수로서 ‘일주일 전 경기 출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만화에서 보던 일이 현실로 이뤄질 판이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최근 일본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의 비중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160㎞를 넘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이미 일본무대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성장한 오타니는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타석에도 들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리야마 감독은 이런 오타니의 활용폭을 더 넓힐 뜻을 드러낸 것이다.
구리야마 감독의 구상은 이렇다. 원래 오타니는 선발 등판 이틀 전과 하루 전에는 타자로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선발 등판 다음날도 휴식을 취했다. 선발 임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구리야마 감독은 오타니를 일요일 선발로 고정시키면 타자로서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타니를 일요일에 선발로 내세우면 월요일 휴식일을 통해 피로를 회복할 시간이 있다. 그리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것이다.
투타가 뚜렷하게 분리되어 있는 현대 야구에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다. MLB 내셔널리그의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투수로서의 임무가 더 중요하다. 쉬는 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타로도 대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타니는 오히려 핼멧을 쓰는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구리야마 감독은 “선수의 몸 상태를 봐야 한다”라고 전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오타니도 아직은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 타격에도 적잖은 신경을 쓰는 오타니라면 몸이 버텨주는 정도에서는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타니는 오프시즌 중 과제에 대해 “투수로서의 구위 증강은 물론 타자로서도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었다.
오타니는 데뷔 첫 해 타율 2할3푼8리와 3홈런을 기록한 것에 이어 지난해에는 10홈런, 32타점을 기록하며 일본을 깜짝 놀라게 했다. 10승과 10홈런을 모두 기록한 것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베이스 루스와 같은 초창기 대스타나 거뒀던 기록이라 전 세계 야구팬들이 놀랐다. 타격 성적이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오타니의 행보는 흥행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이는 개인적으로도 향후 MLB 진출에 결정적인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내셔널리그 팀들은 비상한 관심을 드러낼 만하다.
한편 오타니는 오는 스프링캠프에서는 외야에서도 훈련을 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외야수 출전이 없었으나 신인 때는 외야수로도 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다. 구리야마 감독은 가능성을 낮게 점쳤지만 오타니는 “연습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라는 생각이다. 투수는 물론 등판하지 않는 날에 외야수로 뛸 수 있다면 팀에 대한 공헌도는 엄청날 수 있다. 만화에서나 보던 일이 그 완성도를 더해갈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