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투수 박세웅(20)은 매년 나오는 평범한 수준의 유망주가 결코 아니었다. kt 위즈에 1차지명으로 입단,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9승 3패 118이닝 123탈삼진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며 다승과 탈삼진 리그 1위를 기록했다. 당연히 kt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박세웅을 주목했지만, 결코 트레이드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투수진 평균연령이 매년 올라가며 세대교체가 시급했던 롯데는 박세웅을 얻기 위해 아껴뒀던 포수 장성우 카드를 꺼냈다. 최하진 전 사장이 “10승 투수와 박병호를 준다고 해도 트레이드 안 시킨다”고 말할 정도의 선수였다. 정말 가치가 그 정도라는 말이 아니라, 트레이드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과감하게 장성우를 내밀었고, 마침 포수 출신이며 포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kt 조범현 감독도 흥미를 보인 덕분에 5월 2일 전격적으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 2015 리뷰

단순히 성적만 나열하면 박세웅은 여전히 배울 게 많고, 또 보완할 게 많은 미완의 대기다. 2015년 최종성적은 31경기 2승 11패 114이닝 평균자책점 5.76이다. 롯데 이적 전 kt에서 6경기 4패 28이닝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고, 롯데로 옮긴 뒤에는 25경기 2승 7패 86이닝 평균자책점 5.76을 찍었다.
그렇지만 박세웅은 분명 성장했다. 그리고 잠재력이 높은 선수다. 박세웅의 1군 데뷔전이었던 4월 1일 수원 삼성전은 그의 성장가능성을 잘 보여준 경기다. 3회까지 삼성 타자들을 퍼펙트로 묶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에는 공략 당했지만, 배짱 두둑한 투구는 극찬을 받았다.
박세웅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 직구의 묵직한 감은 부족하지만, 평균구속은 140km를 넘기에 타자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 변화구 완성도 역시 만 20세 투수 치고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롯데 이적 직후인 5월에는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8.27로 부진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한 7월에는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91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8월 이후 다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성적이 떨어졌지만, 시즌 최종전인 10월 4일 kt전에서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박세웅이 포함 된 롯데와 kt의 4대 5 트레이드는 수많은 뒷말을 남겼다. 트레이드에서 이득을 본 팀을 따지는 건 너무 이르다. 분명한 건 롯데는 박세웅을 데려오면서 미래를 얻었다. 그리고 박세웅은 2015년 순조롭게 성장했다.
- 최고의 날
아무리 많은 승리를 쌓은 투수라도, 데뷔 첫 승을 거둔 날은 잊을 수 없다. 박세웅의 데뷔 첫 승리는 7월 25일 KIA전에서 나왔다. 6이닝을 6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고, 타선도 7득점으로 터지면서 1군 첫 승리를 따냈다. 그 전까지 1군에서 7패만을 당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잃었지만, 첫 승리가 자신감까지 키워주며 바로 다음 등판인 31일 kt전에서는 6이닝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또 한 번의 승리를 일궜다.
7월부터 선발로 전환한 박세웅은 9월 6일 LG전까지 10경기에서 9번 선발 등판했다. 꾸준히 기회를 얻은 박세웅은 이 기간 동안 2승 3패 54이닝 평균자책점 4.17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로 나선 9경기 모두 최소 5이닝 이상 소화하며 선발투수로 임무를 다했다.
- 최악의 날
큰 기대를 받고 롯데로 팀을 옮긴 박세웅이지만, 경기는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팀에서는 계속해서 선발로 기회를 줬지만, 박세웅은 거듭해서 무너졌다. 이적 후 첫 등판이었던 5월 5일 사직 SK전은 불펜으로 등판, ⅔이닝 1실점으로 신고식을 했고, 9일 마산 NC전은 5⅔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15일 수원 kt전에서 2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더니 20일 사직 KIA전에서 ⅔이닝 3실점을 거뒀다.
KIA전이 결정타였다. 박세웅은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큰 기대를 받고 이적했는데, 생각대로 야구가 안 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박세웅도 시즌이 끝난 뒤 이적 직후 부진에 대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컸다”고 토로했다.
- 2016 프리뷰
롯데가 2016년 경쟁력을 갖춘 팀이 되려면 박세웅이 선발진에 자리 잡아야 한다. 계산대로라면 외국인투수 2명에 송승준, 고원준 여기에 박세웅이면 5선발이 꽉 찬다. 즉 박세웅의 활약에 롯데의 2016년도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세웅의 1군 첫 해 성적을 보면 선발형 투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구종을 갖췄지만 구위는 아직 보완해야 한다. 그래서 박세웅은 롯데 이적 직후부터 체중 불리기에 돌입했다. 이적 직후 72kg였던 박세웅은 이제 80kg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세웅은 내년 목표로 직구 구위 강화, 제구력 보완, 더 많은 이닝을 꼽는다. 올 겨울 순조롭게 준비가 된다면 선발진 자리 하나를 차지하기에는 충분하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