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제외 44명 전원과 속전속결 마감
삭감은 6명, 내년 시즌 재도약 발판 마련
SK가 속전속결로 2016년도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고 종무에 들어갔다. 2016년 새 도약에 대한 구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올해 고군분투했던 선수들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연봉 협상 결과를 얻은 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SK는 지난 23일 에이스 김광현을 제외한 재계약 대상자 44명과 전원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는 “내년 시즌 재도약을 위해 선수단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들의 동참 속에 연봉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SK는 선수단과 프런트 조직 모두 차분한 흐름 속에 연말과 연초를 보내게 됐다.
대개 연봉협상에서 2~3명의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기 마련이다. 해를 넘기는 선수들도 있기 마련이다. SK도 그간 그런 흐름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일사천리로 연봉협상을 마감한 끝에 성탄절이 오기 전 사실상 협상 테이블을 마무리했다. 김광현이야 비FA 최고 연봉을 채워주기 위한 전략적인 연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넥센보다도 가장 빠른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전체적으로 삭감폭은 크지 않았다. SK의 연봉협상 대원칙은 “성적에 따라 파이를 만들고 이를 선수들이 고과에 따라 나눠 갖는다”라는 것이다. 팀이 잘 나갔을 때는 연봉 구조가 확 뛰었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해 연봉 인상 요인이 높지 않았던 SK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라 전반적으로 오름세 기조 속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는 올 시즌 마운드의 ‘신형 어뢰’로 떠오른 박종훈이었다. 올해 리그 최저연봉(2700만 원)을 받았던 박종훈은 올해 33경기에서 118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했다. 승리와 평균자책점에서 크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SK는 박종훈의 성실성과 118이닝 소화를 더 높게 쳐주며 159.3%(4300만 원) 인상된 7000만 원을 제안했다. 박종훈 또한 이 제안에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고 인상률이다.
최고 인상액은 이재원이었다. 올해 주전 포수로 거듭난 이재원은 KBO 리그 역대 두 번째로 포수 100타점 기록을 달성하는 등 140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 17홈런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도 연봉이 1억 원이나 올랐던 이재원은 올해도 60%(1억500만 원) 인상된 2억8000만 원에 계약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연봉이 무려 2억500만 원이나 올랐다. 정상호가 떠난 상황에서 내년 활약, 그리고 일찌감치 인정받고 있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원과 동기인 이명기와 김성현도 연봉이 오른 선수들이었다. 올해 첫 1군 풀타임 주전이 된 이명기는 팀 내 최고 타율(.315)과 최다 안타(164개)를 기록하며 약해진 팀 타선에서 고군분투했다. 1억 원이었던 이명기의 연봉은 80% 오른 1억8000만 원이 됐다.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굳힌 김성현도 올해(1억4000만 원)보다 28.6% 오른 1억8000만 원에 나란히 도장을 찍었다.
그 외 SK의 마당쇠로 헌신이라는 가치를 되새긴 전유수는 지난해 9500만 원에서 올해 1억3000만 원으로 36.8%가 인상됐다. 첫 억대 연봉 진입이다. SK는 지난해 전유수에게 억대 연봉보다 살짝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그냥 1억을 맞춰줄 법도 했지만 좀 더 분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당시 협상에서 이런 구단의 의사를 수용했던 전유수는 올해 더 좋은 활약으로 기어이 억대 연봉자가 됐다.
후반기 SK를 살려냈던 정의윤은 9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인상된 1억2000만 원에 계약하며 억대에 재진입했다. 후반기 활약은 누구보다 빛났지만 전반기 성적은 LG 당시의 성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그 외 허리에서 전반기 좋은 활약을 보여준 문광은은 50% 인상된 6000만 원,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박계현도 46.3%가 오른 6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총 44명 중 삭감 대상자는 고효준 박정배 박희수 백인식 윤희상 전병두까지 6명에 그쳤다. 이들은 올 시즌 연봉에 비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수들로서는 아쉽지만 소폭 삭감했다는 점은 그래도 위안이었다. 최대 삭감은 박희수의 3000만 원(1억7000만 원-1억4000만 원)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