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먼저 나와 전력분석하는 성실성 강조
"바깥쪽 볼 섣불리 승부하지만 않으면 성공"
김현수(27,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오래 지켜본 두산 베어스 전력분석팀도 그의 성공을 확신했다.

볼티모어는 지난 24일 김현수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2년 동안 총 700만 달러를 받는 그는 한국을 떠나 빅리그에서 더 강력한 투수들과 맞붙게 된다. 하지만 그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두산 전력분석팀은 미국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두산 전력분석팀의 박종섭 사원은 김현수에 대해 "일단 강점은 몸쪽에 있고, 바깥쪽이 약점이다. 미국 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즐기기 때문에 시즌 초반에 적응만 잘 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한국에서 한 것 처럼 바깥쪽 볼에 장타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워낙 맞히는 능력이 좋아서 잘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현수는 오후 2시에 전력분석을 한다고 하면 12시에 먼저 나와서 하는 선수다. 3연전 첫 날에 상대 선발과 불펜투수 모두를 분석하는데, 현수는 자주 나오지 않는 투수나 처음 만날 투수들까지 12시에 나와서 모두 분석한다. 전력분석을 귀찮아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런 부분이 다른 선수와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자꾸 일찍 나오려고 해서 우리는 힘들지만 선수가 원해서 하는 것은 좋다"고 말한 박 씨는 "현수는 포크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체인지업과 포크볼 모두 잘 따라간다. 그러나 왼손 치고 커브에 약한 면은 약점이다"라고 장단점을 하나씩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좌완과 우완을 상대할 때의 간극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여 나갔지만, 빅리그에서는 다시 좌완에 적응해야 한다. 특히 바깥쪽 볼의 유혹을 참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구 대처가 좋기 때문에 바깥쪽 코스에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박 씨의 의견이다. 그는 "떨어지는 공에 대처가 되는 것 자체가 좋다. 그래서 빠른 볼을 생각하다가도 떨어지는 공이 왔을 때 따라갈 수 있다. 바깥쪽 볼에 골반이 일찍 열리는 면이 있는데, 좌완투수의 바깥쪽 볼에만 잘 대처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힘으로만 붙으려고 하는 투수는 현수를 당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비 역시 통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 씨는 "수비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어깨도 좋은 편이다. 메이저리그에 붙여놔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펜스 앞에서 떨어지는 공을 잡아서 2루에 곧바로 던지는 것을 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성실한 자세가 김현수의 성공을 확신케 하는 점이다. 박 씨는 "현수는 좋았던 때의 영상도 자주 본다. 매일 경기 시작하기 전에 체크하고, 끝나면 또 체크한다.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볼티모어에서) 투수의 패턴이나 강점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가 중요하지만, 현수는 자기가 먼저 찾아서 하는 편이다"라는 말로 김현수가 미국에서도 성실성을 무기로 적응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숨기지 않았다. /nick@osen.co.kr
[사진] 볼티모어 오리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