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수 리뷰4] 정훈 연습생 신화, 데뷔 첫 3할 타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2.25 13: 00

볼티모어 오리올스 외야수 김현수(27)는 계약 후 캠든 야드 전광판을 바라보며 "입단식도 못 가는 연습생이었는데 진짜 신기하다"고 감격에 젖었다. 고졸선수로 2006년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워낙 쟁쟁한 선수가 많은데, 류현진과 강정호가 먼저 메이저리그에 갔고 김현수가 FA 자격을 얻은 뒤 그 뒤를 따랐다.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장종훈 이후에 최고의 '연습생 신화'를 썼다. 
롯데에도 연습생 신화가 있다. 김현수와 똑같이 2006년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프로에 들어왔던 정훈(28)이 그 주인공이다. 정훈은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 1년 만에 방출됐고 모교인 마산 양덕초등학교에서 코치로 일하다 2009년 롯데에 테스트를 받고 다시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2010년 정식선수 계약을 맺은 정훈은 조성환 뒤를 이어 롯데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데뷔 첫 3할 타율을 달성하면서 공격 쪽에서는 나무랄데 없는 시즌을 보냈다. 
- 2015 리뷰

시즌 최종성적은 135경기 타율 3할 9홈런 62타점 16도루 OPS 0.802다. 타율과 홈런 타점 모두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를 타율 2할7푼7리 6홈런 37타점으로 마쳤고, 후반기 타율 3할3푼 3홈런 25타점으로 3할 타자가 됐다. 2014년에도 계속해서 3할 타율을 유지하다 시즌 막판 성적이 떨어져 2할9푼4리로 마감했는데, 1년 만에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뒀다. 
코칭스태프는 정훈에게 더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시즌 중에도 압박을 가했다. 6월과 7월 더운 날씨 탓에 체력부족으로 투타 성적이 떨어지자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훈은 8월 타율 3할3푼3리, 9월 타율 3할3푼으로 타격 능력을 폭발시켰다. 5월까지 홈런 6개를 치고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홈런이 없었던 정훈은 9월 이후 홈런 3개를 더해 시즌 최종 9홈런으로 내년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하게 했다. 
정훈이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은 건 2014년이다. 당시 조성환은 그 자리를 물려주며 “정훈은 골든글러브를 탈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정훈은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서건창과 야마이코 나바로라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 2루수들이 2년 연속 등장하며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제 리그가 인정하는 2루수로 자리 잡았다. 
- 최고의 날
5월 26일 문학 SK전, 5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7회 전유수를 상대로 솔로포를 날리더니 8회에는 서진용을 두들겨 3점 홈런을 뽑았다. 정훈의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이다. 당시 두 번째 홈런이 나오던 순간 정훈은 몸을 휘청거려 만세를 불러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만난 SK전에서는 3안타를 친 것도 모자라 1-1 동점에서 정우람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트렸다. 홈런 직후 정훈의 방망이 던지기(뱃 플립)는 MLB.com 홈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 최악의 날
공격 쪽에서는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정훈이지만, 실책은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앞서 ‘최고의 날’로 소개한 5월 26일 문학 SK전에서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수비 실책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5월 실책이 겹치며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쉬운 공도 자꾸 놓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롯데의 팀 실책은 114개로 리그에서 2번째로 많았다. 특히 내야 실책은 시즌 내내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 2016 프리뷰
공격 쪽에서는 2년 연속 맹활약을 펼쳤다. 또한 2012년 125타석에 볼넷 3개만을 골라냈던 정훈은 2013년 30볼넷, 2014년 62볼넷, 2015년 52볼넷으로 선구안까지 비약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는데, 2016년에는 홈런 10개와 도루 10개를 동시에 노려볼 만한 기량은 충분하다. 정훈이 내년에도 주전 2루수와 2번 타자를 맡아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물론 수비 안정화가 급선무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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