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은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결정적 실책은 감독의 속을 썩게 했다. 조 잭슨이 코트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고양 오리온은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SK에게 80-89로 패했다. 3연승에 실패한 오리온(22승 12패)은 2위를 유지했다. 12승 22패의 8위 SK는 7위 kt(13승 20패)와 격차를 좁혔다.
최근 프로농구의 대세는 단연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원조격인 커스버트 빅터는 23일 KGC를 상대로 무려 8개의 리바운드를 독점했다. 빅터는 막판까지 대활약하며 17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요즘 대세인 웬델 맥키네스도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24일 전자랜드를 상대로 27점, 11리바운드, 3블록슛을 폭격했다. 동부는 어느새 공동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마리오 리틀도 가드지만 체격이 좋고 힘과 3점슛이 장점인 선수다. 이제 기술로 승부하는 가드형 외국선수는 조 잭슨과 드웨릭 스펜서 단 둘만 남았다. 그래서인지 두 선수의 매치업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1쿼터 후반 애런 헤인즈가 발목을 다치면서 잭슨이 등장했다. SK도 스펜서를 넣어 맞대응했다. 두 기술자의 매치업은 그야말로 볼만했다. 잭슨은 화려한 드리블에 이어 골밑의 이승현에게 절묘한 패스를 했다. 관중석에서 먼저 진가를 알아봤다. 이어 잭슨은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속공을 주도한 뒤 따라오는 이승현에게 패스했다. 이승현이 가볍게 골밑슛을 넣었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스펜서도 질 수 없었다. 그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골밑으로 돌진해 더블클러치로 득점에 성공했다. 정말 프로농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수준의 기술이었다. 잭슨과 스펜서가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들은 ‘이번에는 뭘 할까?’라고 기대했다. 화려한 개인기의 향연에 성탄절을 맞은 관중들이 기뻐했다. 김영기 총재가 단신 외국선수를 도입한 취지에 가장 어울리는 활약을 하는 두 선수였다.

하지만 승부처에서는 포인트가드에게 화려함보다 안정감이 더 요구된다. 잭슨은 이 점에서 한참 모자랐다.
두 팀은 4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76-76으로 맞섰다. 그런데 잭슨은 속공상황에서 덩크슛을 하다 득점에 실패했다. 추일승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날 정도로 치명적인 플레이였다. 이어 오용준의 3점슛이 터지면서 SK가 79-76으로 앞섰다. 이어 박승리가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을 넣어 승부를 갈랐다. 5점을 뒤진 오리온은 장재석이 쉬운 골밑슛과 자유투까지 놓치며 추격하지 못했다.
잭슨은 종료 40초전 3점 차로 추격하는 레이업슛을 넣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사이먼에게 곧바로 골밑슛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미 승부는 결정된 뒤였다. 잭슨은 마지막까지 승부욕을 보였다. 그런데 잭슨은 김민수가 휘두른 팔꿈치에 충돌했다.
흥분한 잭슨은 김민수를 밀쳤다. 추일승 감독까지 코트에 난입해 잭슨을 말렸다. 결국 잭슨은 즉각 퇴장을 명령받았다. 코트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이날 잭슨은 16점,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코트 안에서 가장 기량이 화려하게 돋보인 선수는 잭슨이었다. 그러나 코트 안에서 흥분한 잭슨은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