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잭슨(23, 오리온)의 지나친 승부욕이 결국 독이 되고 말았다.
고양 오리온은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SK에게 80-89로 패했다. 3연승에 실패한 오리온(22승 12패)은 2위를 유지했다. 12승 22패의 8위 SK는 7위 kt(13승 20패)와 격차를 좁혔다.
이날 잭슨은 애런 헤인즈의 1쿼터 발목부상 공백을 메우며 16점, 11어시스트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순간적인 체인지오브디렉션 드리블로 수비수 한 두 명은 쉽게 제치는 기술은 매우 뛰어났다. 잭슨은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파고 든 이승현에게 몇 차례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줬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플레이였다.

국내선수 중 가장 빠르다는 김선형도 잭슨의 스피드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한 번 발동걸린 잭슨이 속공을 뛰면 거의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잭슨은 덩크슛까지 성공시키는 엄청난 탄력으로 슛을 마무리했다. 체공능력을 이용해 수비수를 피하고, 반대쪽 림을 겨냥하는 리버스 레이업슛은 국내선수들도 반드시 익혀야 하는 슈퍼테크닉이었다.
두 팀은 4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76-76으로 맞섰다. 그런데 잭슨은 속공상황에서 덩크슛을 하다 득점에 실패했다. 추일승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날 정도로 치명적인 플레이였다. 경기 후 추일승 감독은 “잭슨의 덩크슛 실패가 치명적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선수가 슛이야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잭슨은 패색이 짙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득점을 노렸다. 블록슛을 당하면 재차 리바운드를 잡아내 기어코 슛을 넣었다. 이러한 집념과 승부욕 역시 국내선수들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김민수가 팔꿈치를 쓰자 흥분한 잭슨이 김민수를 강하게 밀쳤다. 동료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큰 싸움이 벌어질 수 있었다. 추일승 감독까지 경기 중 코트에 난입해 싸움을 말렸다.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다. 결국 잭슨은 퇴장을 당했다. 지나친 승부욕이 부른 화였다.
잭슨의 기량은 나무랄 데가 없다. 존오펜스에 취약했던 약점도 점차 극복하는 중이었다. 김선형은 “잭슨이 자세가 상당히 늦다. 드라이브인 칠 때 막았다고 했는데도 더 낮게 들어온다. 거기서 다 뚫린다. 내가 자세가 높은 편이라 배우고 싶다. 초반에 한국리그 헬프디펜스에 적응을 못하더니 요즘 잭슨이 외곽찬스를 많이 봐주더라. 그 부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진 경기”라며 잭슨의 기량을 인정했다.
잭슨의 취약점은 정신력이다. 추일승 감독은 “제스퍼 존슨이 리더 역할을 잘해줬다. 특히 잭슨이 혼자 날 뛸 때 멘탈을 잘 잡아줬다. 잭슨이 아직 어린 선수라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잭슨은 멤피스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시즌 D리그서 뛰었다. 해외리그는 한국이 처음이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헤인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 성적이 떨어진 것도 잭슨에게 부담이었다. 이제 곁에서 잭슨의 멘탈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문태종과 헤인즈가 코트 안팎에서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할 때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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