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세계인의 축제일과 같다. 종교를 떠나 모두가 즐기는 날이다. 하지만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에게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1년 중 하루일 뿐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오후에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구 수성구 지산동 세진헬스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10년 넘게 이승엽의 동계 훈련을 돕고 있는 오창훈 세진헬스 대표도 개인 일정을 모두 미루고 이승엽의 몸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오창훈 대표가 마련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
1시간 남짓 땀을 흘린 이승엽에게 크리스마스에도 훈련을 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집에 그냥 있으면 의미없이 하루가 흘러간다"는 게 그의 대답. 이승엽은 이어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의 일부분이기에 이해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 참 빠르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KBO 리그를 평정하며 '국민타자'의 칭호를 얻게 된 이승엽.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41살이 된다. 이승엽은 "30대 후반과 40대는 분명히 다르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시기다. 그렇기에 몸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사상 첫 개인 통산 10번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뒤 "이제 40대에 들어섰기 때문에 40대들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도 휴식 대신 훈련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승엽만의 책임감 아닐까.
"현역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나이가 많든 적든 다 똑같다.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 야구를 못한다는 건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는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우승은 목표이자 의무라고 말해왔는데 지키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 일부에서는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는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