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시절부터 빠른 발로 유명세
MLB서 최선 다해서 후회 없다...롯데서 경쟁할 것
"롯데 자이언츠는 나경민 선수를 지명합니다."

이 말 한 마디에 롯데 외야수 나경민(24)의 야구인생 2막이 열렸다. 덕수고등학교를 졸업, 계약금 72만5000달러에 시카고 컵스와 사인을 했던 나경민은 마이너리그에서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승격을 꿈꿨다. 그리고 미국 진출 2년 만에 트리플A까지 승격됐지만 갑자기 찾아 온 부상으로 방출되는 아픔까지겪었다.
2013년 한국으로 돌아 온 나경민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고교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선수가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귀국후 2년의 유예기간을 보내야만 한다. 나경민은 그 시간동안 군복무까지 해결했고,2015년 8월 열린 '2016년 신인선수 지명회의'에서 2차 3라운드로 롯데 부름을 받았다.
- 생각지 못했던 롯데, 여기서 살아남는다
나경민은 "롯데에서 지명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롯데가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고, 테스트도 안 받았던 구단이다. 그래서 기대도 안 했는데 (롯데유니폼을 입게 돼) 나 역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롯데와 부산은 나경민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롯데 외야는 두터워지고 있다. 김문호가 규정타석은 못 채웠지만 타율 3할을 달성했고, 이우민·김민하·김주현이 각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박헌도까지 2차 드래프트로 합류했다.
나경민이 자랑하는 무기는 빠른 발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빠른 발로 주목 받았던 선수다. 수비범위도 넓고, 어깨까지 강한 외야수다. 그는 "롯데에 좋은 선배님들이 많지만, 빠른 외야수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스타일도 도전 해볼만하지 않을까 본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스프링캠프 합류이고, 두 번째는 대주자나 대수비 등 1군 백업으로 출전하는 것"이라며 경쟁을 예고했다.
- "최선 다했기에 MLB 후회 없다"
메이저리그를 꿈꿨던 나경민은 한국에 돌아왔어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라고 말한다. 마이너리그 3년 통산 성적은 타율 2할2푼6리 28도루 71득점 40타점이다. 2011년 시즌을 마치고 시카고 컵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고, 2012년에는 싱글A에서 시작해 트리플A까지 승격됐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했다.
이번에 룰5 드래프트를 통해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최지만과는 동갑내기 친구다. 나경민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에 근접한 최지만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제일 친한 사이이며, 미국에서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메이저리그 제의를 받으니까 내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건 후회없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경민은 "미국에서 실패했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문호 선배와 경쟁? 절대 아니다"
나경민은 미국에 있을 때 자신의 롤모델로 이용규와 이치로 스즈키를 꼽았었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이 나경민의 주무기다. 그리고 롯데는 김주찬 이적 후 도루왕 경쟁을 벌일만한 선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2014년 팀 도루 1위는 황재균(17개)이며, 2015년은 짐 아두치(24개)였다.
내년 주전 중견수는 아두치, 우익수는 손아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좌익수 자리는 아직 확실하게 주전이라고 부를 선수가 없다. 대신 가장 근접한 건 2015년 좋은 성적을 거둔 김문호라고 볼 수 있다.
나경민에게 김문호는 덕수고 4년 선배다. 나경민은 "김문호 선배님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면서 "특정 선수와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은퇴 할때까지 경쟁은 계속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