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 등장한 최고의 세리머니꾼
한국 문화에 호감 있어 빠른 적응 기대
파벨 모로즈(28, 대한항공 점보스)는 V-리그 최고의 세리머니꾼이다. 때론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모로즈는 매 득점에 혼을 담아 좋은 기분을 마음껏 표출한다.

이런 모로즈가 합류한 이후 대한항공은 5연승으로 날고 있다. 모로즈는 2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4라운드 우리카드 한새와의 경기에서 71.42%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22득점했고, 대한항공은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5연승으로 13승 6패, 승점 39점이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의 활발한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팀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일부러 더 과장된 몸짓을 하는 것인지 묻자 그는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다"라고 솔직히 말한 뒤 "자연스러운 동작이고, 이런 것들이 팀 분위기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계속 하고 있다. 이건 내 마음의 소리다. 종종 인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나는 항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작을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응력만 놓고 보면 만점에 가깝다. 한국 생활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어려운 점은 없다. 통역을 통하면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모두가 잘 챙겨주고 있어서 괜찮다. 서로 챙겨주는 것이 정말 좋은 점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와준다. 트레이너, 코치, 감독님께 감사한다"라고 쉴 틈도 없이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통역이 자신의 말을 전달해주고 있을 때도 그는 가끔씩 개입해 한 마디씩 보태곤 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는 팔을 넓게 벌렸다가 좁혀 보이며 자기는 말을 많이 하는데 통역이 잘라서 조금만 전해준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취재진에 가벼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한국 특유의 분위기에도 잘 녹아들고 있다. 오히려 그가 선호하는 부분이라 적응이 더 빠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화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묻는 질문에 모로즈는 "내가 적응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문화가 정말 좋다. 특히 챙겨주는 분위기가 좋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선배에게 존경을 표하는 문화다"라고 과감히 이야기했다.
한국어 공부도 슬슬 시작하고 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배웠다는 모로즈는 "사실 동료들이 욕도 많이 가르쳐줬다. 플레이 중에도 실제로 많이 쓰이는 말이라 선수들이 하는 것을 듣고 배운 것도 많다. 어떤 한국말을 할 줄 아냐고 물으면 아직은 욕밖엔 할 말이 없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좋은 말은 아니지만 코트 위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내는 소리에 언제든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온 뒤 연승을 달려 대한항공으로서는 모로즈가 복덩이일 수밖에 없다. 전임자 산체스의 공백은 크지만, 생각보다 팀과 한국의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어 처음보다 걱정은 크지 않다. 합류와 동시에 연승을 가져온 '모로즈 효과'에 대한항공이 더 높이 날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