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44) 포항 신임 감독의 얼굴은 여유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최진철 감독은 지난 28일 포항 스틸러스의 10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황선홍 감독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내려놓은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최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황선홍 감독이 일군 성적이 있기 때문에 포항 팬들이 얼마나 기대하는지 안다. 나도 프로에 처음 발을 디뎠기 때문에 어떤 감독보다 부담감이 많은 것 같다"면서 "협회에 있으면서 지금 시점이 언제 올 것인지 대한 불확실함도 있었고, 이곳에 와서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담감이 없다면 말이 안된지만 자신감도 충분해 감독직 제의를 수락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럼에도 최 감독의 두 어깨는 무겁다. 포항의 차기 시즌엔 변화의 물결이 요동친다. 철강산업 경기침체로 모기업인 포스코의 지원이 예년만 못하면서 지난 시즌 약 160억 원이었던 전체예산이 약 14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설상가상 주축 선수들도 전열에서 이탈했다. 제로톱 공격수로 활약했던 김승대는 옌볜FC로 이적했다.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와 모리츠도 적을 옮겼다. 좌측면 공격수 고무열과 멀티 자원 신진호는 이적이 눈앞이다. 베테랑 김태수와 박성호도 다른 팀을 알아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문장 신화용을 비롯해 김광석 배슬기 황지수 등 주축 수비 자원들과의 재계약이다. 외국인 공격수 라자르도 잔류했다. 여기에 울산 현대의 최전방 공격수 양동현 영입이 임박했고, 추가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또한 '리틀 야신' 김로만 등 신인 6명이 합류했다.
최 감독은 "떠난 선수도 있지만 들어오는 선수도 있다. 기존 선수들도 갖고 있는 능력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프로의 기량은 백지 한 장 차이다. 문제될 부분은 자신감이다. 선수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섀도우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를 찾고 있다. 마음에 드는 외국인 선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큰 돈을 들여 데려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선수를 데려와 키워보고 싶다. 이 팀에서 어떤 선수가 가장 잘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어떤 감독이라도 100% 만족할 수 없다. 구단에서도 많이 노력해준다. 경기에 나가지 못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이들을 육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패스축구를 지향하는 기존 포항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유스 출신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뜻을 내비쳤다.
최 감독은 "1군서 경쟁할 수 있는 유스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포항은 어떤 팀보다 유스 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더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유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서 바로 경쟁하기는 힘들다. 특출난 선수 외에는 졸업하고 바로 올라온다면 굉장히 힘들 것이다. 일정 기간을 지나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항 축구를 보면서 '이런 축구를 하는 팀이 있나' 놀랐다. 내가 추구했던 축구의 일부분을 봤다. 형태, 공격과 수비의 선택, 스피드한 경기 운영, 패스를 통한 경기 운영을 지향하는 축구를 한다. 공간을 찾아 상대를 빠르게 공략하느냐가 과제다. 그동안 좋은 부분을 보여줬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축구가 가능하다. 큰 변화는 없겠지만 더 세밀하게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포항은 국내에서 구슬땀을 흘린 뒤 이듬해 1월 8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약 3주간 담금질에 돌입한 뒤 국내로 돌아와 2월 9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예정이다./dolyng@osen.co.kr
[사진] 포항=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