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롯데, 21세기 첫 연내 연봉협상 완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2.30 06: 31

과거 캠프에서 협상 테이블 차리기도
2016년 연봉협상 연내 마무리...내년 준비
2001년 2월, 롯데 이철화 단장은 스프링캠프지에서 선수들과 협상을 벌였다. 선수들은 낮에 훈련을 하고, 밤에는 테이블에 앉았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이정훈과 이대호가 2년 연속 연봉 조정신청을 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랬던 롯데가 올해는 해가 바뀌기 전 연봉협상을 모두 마쳤다. 21세기 들어 첫 번째 일어난 '사건'이다. 

프로야구에 '순조로운 연봉협상'은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25% 연봉상승 상한선이 있고, 선수들이 협상장에서 구단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협상이 순조롭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힘이 생기면서 무조건 사인만 하러 들어가는 협상장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제는 선수와 구단 모두 연봉협상을 할 때에 전략을 짜서 접근한다. 연봉이 곧 자신의 가치인 프로 무대에서 연봉협상이 터부시되던 시대는 지났다. 
'연봉협상 진통'과 같은 소식이 전해지는 건 이 시기 연례행사와도 같다. 그렇지만 올해 KBO리그에는 해가 바뀌기 전 협상이 마무리되는 구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는 29일 재계약 대상자 45명과 모두 사인을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 넥센과 kt에 이어 올해 3번째 협상 완료 구단이다. 
올해 롯데 비FA 최고연봉 선수는 손아섭이다. 2015년 5억원에서 내년 6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구단은 "팀 간판선수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연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고인상 선수는 황재균으로 2015년 3억1000만원에서 61.3% 오른 5억원으로 계약했다. 예비 FA 프리미엄에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까지 거둔 덕이다. 
투수 최고 인상 선수는 홍성민으로 6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연봉이 곱절로 뛰었다. 대신 정대현은 5억원에서 1억8000만원 삭감된 3억2000만원에 사인했다. 팀 최다삭감 선수다. 
롯데는 21세기 들어 연봉협상에 난항을 겪은 해가 많았다. 2000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캠프지에서 단장과 선수가 테이블에 앉았다. 2002년에는 손민한 등 7명의 선수가 1월 말까지 협상을 벌였다. 
이는 201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는 이정훈이, 2011년에는 이대호가 연봉조정신청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다. 둘 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구단을 떠났다. 그나마 최근 2년은 다른 구단에 비해 빨리 계약을 마친 편인데, 2014년에는 1월 13일 2015년에는 1월 11일 모든 계약이 끝났었다. 
롯데가 빠른 연봉협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두 가지다. 롯데는 4년 째 구단이 줄 수 있는 최고액을 첫 만남부터 제시하고 있다. 선수들은 '협상의 여지가 없는 통보식'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작년과 올해는 구단도 무조건 원칙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고과표에 따른 연봉책정 시스템이 정착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선수가 구단의 제시액을 뒤집으려면 스스로 더욱 체계적인 자료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발 빠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새 감독 선임은 정규시즌 종료 사흘 만에 발표했고, 외국인선수 3인방과도 일찌감치 사인을 했다. FA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고, 이번에는 연봉협상까지 큰 잡음 없이 세밑에 마쳤다. 내년 도약을 다짐하는 롯데는 조용히, 그리고 착실하게 2016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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