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투수 영입 없는 kt, 기존 전력 활약 절실
정대현-엄상백, ‘100이닝+’ 토종 듀오에 기대
다음 시즌 kt 위즈 토종 선발 투수들이 순위 싸움의 주축이 될 수 있을까.

kt는 1군 진입 첫해였던 올 시즌 선발 투수들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3년 처음 1군에 모습을 드러낸 NC 다이노스는 찰리 쉬렉, 에릭 해커라는 확실한 외인 투수에 토종 에이스 이재학까지 힘을 보태며 견고한 선발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kt는 외국인 투수 중 크리스 옥스프링만이 고군분투했고 규정 이닝을 달성한 토종 투수는 없었다. 팀 선발 평균자책점도 5.88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그나마 kt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 6년 차를 맞이한 좌완 투수 정대현과 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이 그 중심이었다. 옥스프링(185이닝)에 이어 정대현(118이닝), 엄상백(100이닝)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선발 등판 경기도 옥스프링(31경기)에 이어 정대현이 26경기, 엄상백이 22경기로 많았다.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두산 베어스에서 이적한 정대현은 드디어 가능성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데뷔 휘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건 2012년(36⅓이닝)이었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두산에서 기회를 받았으나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kt 이적 후 한 단계 성장했다. 팀을 옮기면서 군 입대를 미뤘고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하며 활약했다. 성적은 30경기(선발 26경기)서 5승 11패 평균자책점 5.19.
7월 이후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 막판 다시 기회를 얻고 안정을 되찾았다.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한 만큼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익산 마무리 캠프에서도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투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연봉 계약에서도 3200만원에서 97% 인상된 6300만원에 재계약했다. 선발 투수 중 엄상백에 이어 가장 높은 인상률이었다.
엄상백은 고졸 루키임에도 첫 시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kt는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박세웅을 지난 5월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했다. 하지만 엄상백이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며 그 자리를 메웠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경기 운영 면에서 부족함을 보였지만 구위만큼은 1군 투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빠르게 데뷔 첫 승을 신고했고 꾸준히 기회를 얻어 선발 출전했다.
물론 보완점도 있었다. 시즌 중반 체력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철저한 관리 속에 엄상백을 등판시켰고, 8월 평균자책점 5.79, 9월 이후 평균자책점 4.24로 반등에 성공했다. 28경기(선발 22경기)에 등판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6.66의 성적으로 가능성을 남겼다. 특히 2008년 정찬헌(LG) 이후 7년 만에 100이닝 이상을 기록한 고졸 루키로 이름을 올렸다. 연봉 재계약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선발 투수 중 가장 높은 122%의 인상률로 연봉이 6000만원(종전 2700만월)으로 상승했다.
kt는 FA 시장에서 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당초 선발 투수에 초점을 맞췄지만 마땅한 자원이 없었다. 결국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올해 1군 무대를 제대로 경험한 정대현, 엄상백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여기에 신인 투수들과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이상화가 새로 가세한 전력. 만약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한다면 토종 투수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