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주목한 높은 출루율, 삼진보다 많은 볼넷
새로운 S존 적응과 바깥쪽 코스 공략 관건
김현수(27,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한국 무대에서 보여준 적극적인 타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 존도 공략한다. 이미 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김현수는 한국에서 '타격기계'로 통했다. 통산 3할1푼8리에 달하는 높은 타율과 더불어 타석에서 쉽게 속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통산 출루율도 4할6리로 높다. 미국에서는 김현수가 출루율이 높고 삼진(501개)보다 볼넷(597개)이 높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를 리드오프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현수는 "초구부터 치는 경향이 있어서 삼진이 적은 것 같다. 그래서 (투수들이 맞지 않기 위해 피하면서) 볼넷도 나오게 되는 것 같은데, 비결은 빠른 승부인 것 같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KBO리그에서 그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공이라도 구미가 당기면 방망이를 냈다. 미국에서도 공격적으로 임해 결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데이빗 프라이스(보스턴 레드삭스)와 맞붙고 싶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프라이스는 공격적이고 볼넷을 많이 주지 않는 투수라 맞붙고 싶다고 생각했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는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을) 봐야 알 수 있다. 시범경기부터 많이 나가면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초구부터 치는 자신과 공격적 성향을 가진 프라이스의 만남은 김현수를 벌써부터 흥분케 하고 있다.
적극적 타격 성향을 지녔지만 헛스윙이 적은 것은 긍정적이다. 장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크게 뛰어난 장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한 뒤 "커트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쉽게 헛스윙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산 전력분석팀에서도 김현수는 헛스윙이 적고, 빠른 볼에 대비하다가도 포크볼, 체인지업 등 변화구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단 커브를 공략하는 능력은 다른 공을 칠 때에 비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두산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김현수는 바깥쪽에 비해 몸쪽에 강하다. 시즌 초 빅리그 투수들의 바깥쪽 공에 장타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만큼 바깥쪽 승부가 중요하다. 몸쪽 공엔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패스트볼 대처 능력도 좋아 정면승부에 있어서는 큰 걱정이 없다.
김현수는 이미 마음 속에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과 함께 메이저리그 투수와의 맞대결까지 그리고 있다. 그는 "(심판들이) 바깥쪽 공에 후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몸쪽 공에 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트라이크존에는 적응해야 한다. 말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심판이 콜을 하면 비슷한 코스는 치겠다"라고 다짐했다.
잠실구장에서 캠든야즈로 옮기면서 펜스는 짧아졌지만 더 빠른 공을 만나게 된다.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도 예상된다. 하지만 김현수는 자신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도 변하는 환경에는 적응해 나가겠다는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처음 만나는 투수들을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냈던 만큼 기대도 쌓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