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개조’ 문승원, 다시 기대주로 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30 13: 27

2013년 시즌을 앞두고 SK는 두 명의 젊은 선발 요원에 기대를 걸었다. 한 명은 지금은 LG로 떠난 여건욱, 그리고 한 명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즉시전력감 평가를 받았던 문승원(26)이었다. SK의 선발 로테이션 뒤쪽을 받칠 만한 5선발 후보였다.
특히 2012년 SK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문승원은 140㎞ 중반대의 빠른 공에 날카로운 변화구를 던진다는 호평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거침없는 상승세였다. 가장 공이 좋다는 평가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관심도 집중됐다. 그러나 그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문승원은 2013년 1군에서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24⅓이닝을 던지면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하면서 알을 깨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2013년 뒤 상무에 입대하며 팬들의 시선에서 잠시 멀어졌다.
공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구위만으로만 성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1군 무대였다. 경험은 물론 담력도 필요했다. 문승원은 그런 담력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당시를 떠올리는 문승원도 이를 담담하게 인정한다. 문승원은 “그때는 나 스스로 여린 모습만 보여줬던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주위에도 그런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라고 돌아봤다. 상대를 기에서 압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 문승원에게 2년간의 군 복무는 좋은 경험이 됐다. ‘군대에 가면 생각이 많아지고 내면이 강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승원은 내면적으로 강해져 돌아왔다고 말한다. “사회에 나오니까 마냥 좋다”라고 제대자들의 공통된 소감을 밝힌 문승원은 “군에 있던 2년 동안 내면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3년 그때에 비하면, 목소리는 좀 더 의젓해져 있었고 심장은 좀 더 강해져 있었다.
올해 성적은 좋았다. 비록 퓨처스리그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선발로 뛰며 16경기에서 10승3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16경기에서 100이닝에 가까운(99⅓이닝) 이닝을 소화하며 충실한 선발 수업을 받았다. 6월 이후 8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도 6경기에 이르렀다. ‘선발투수’로서 한층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였다.
문승원은 “기술적으로 특별히 바뀐 부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군에 가서 변화구를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원래부터 가진 것이 많은 투수인 만큼 자신의 장점을 갈고 닦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뱃심도 강해졌다. 문승원은 “이제는 내면적으로 달라졌다. 2013년 당시의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목소리가 뿜어내는 공기에서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문승원에게는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SK는 불펜의 핵심 투수들인 정우람 윤길현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불펜은 완전 개조가 불가피하다. 선발진에도 변수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2013년과 같이, 팀이 문승원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문승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문승원은 “보직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일단 1군에서 뛰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진다. 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시선이 달라진 문승원이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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