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는 복고 감성에서 찾을 수 있을 터.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듯한 디테일한 소품을 지켜보는 것은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이유다. 특히 악역을 찾을 수 없는 이 극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향연이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성동일의 딸로 등장하는 세 시리즈의 '개딸', 성덕선(혜리 분), 성나정(고아라 분), 성시원(정은지 분)의 활발하고 명랑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첫사랑 추억을 상기시키며 이들에게 오롯이 빠져들게 한다.
목소리 큰 말괄량이들이지만, 자세히 뜯어보지 않아도 이들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회를 거듭할수록 진국 매력을 펼쳐내고 있는 성동일의 세 딸들. 공부를 꼭 잘하지는 않아도 똘똘하고 착한, 열정이 가득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는 이들의 같은듯 각기 다른 매력을 짚어봤다.
#'응답하라1988' 성덕선(혜리 분)
설움 많은 둘째 딸이지만, 속이 깊고 밝은 성격이다. 언니인 보라(류혜영 분)와 머리채를 잡고 싸울 정도로 철이 없지만, 그가 집을 떠나자 마음 아파하는 일화(이일화 분)를 위로할 줄 아는 든든한 둘째 딸. 어렸을 때는 못생겼다고 하는데, 자라면서 점점 인물이 핀 케이스다. 88올림픽에서 피켓걸을 하고, 중학생 때부터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그는 현재의 덕선이 역으로는 미인의 대명사 이미연이 등장할 정도로 예쁜 설정. 동네 남자사람친구들이 그를 구심점으로 똘똘 뭉치는 이유를 알듯하다.
택(박보검 분)의 식사와 옷차림을 늘 챙겨주는 따뜻한 모성애도 지녔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택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 바둑기사 세계에 뛰어들며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바둑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은 양면성을 지녔는데 그런 택이를 살뜰하게 챙기는 덕선이는 택이의 외로움을 달래 주는 따뜻한 성품을 유독 크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간질을 앓는 반 친구를 도와주고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의리 넘치는 여자들만의 제대로 된 우정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에 걸크러쉬까지 안긴 바 있다.
#'응답하라1994' 성나정(고아라 분)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딸이다. 연세대학교 컴공과인 그는 자신의 집에 하숙하는 친구들을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으로 아우르면서, 본인의 생각보다 예민한 성격을 드러내지 않고 이들을 오지랖 넘치게 챙겨준다. 하숙집 주인의 딸로 언뜻 보이는 엄마 같이 다정한 매력은 만인의 첫사랑이 될 만 하다.
유명한 농구빠인 나정은 이상민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그와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는 설정. 집중력이 정봉이(안재홍 분/응팔)급인 나정은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친구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똑 부러지는 효녀이면서도, 술에 취하면 윙크에 깨무는 주사까지 반전이 극단적인 매력녀다. 사랑에도 일편단심. 어릴 때부터 친오빠처럼 곁을 지켜주던 쓰레기(정우 분)와 결혼한다.
#'응답하라1997' 성시원(정은지 분)
공부는 전교 꼴등이었지만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다 하면 전국구로 소개가 되는 타고난 글빨의 소유자. 공부에는 관심 없어도 팬픽을 쓰던 필력으로 대학교에 당당히 입학하고 이후 방송작가가 되는 능력자다. 한우물만 판 덕후 정봉과 맥을 같이 한 캐릭터. H.O.T 토니의 팬으로 공개방송에 가서 하얀 우비를 입고 객석을 점령할 줄 아는 화끈한 성격이다. 공부는 안 하고 토니의 얼굴만 쳐다보는 그가 답답했던 성동일이 브로마이드를 찢자 온몸으로 분통을 표현하던 그의 살아 넘치는 에너지가 안방극장 시청자를 무섭게 빨아들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윤제(서인국 분)와는 사춘기 시절 미묘한 기류를 형성해 시청자를 숨죽이게 했지만, 친구들과 허물 없이 지내는 모습이 천진난만해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걸쭉한 사투리를 랩처럼 쏟아내는 남다른 말빨과 보고 있으면 질릴 틈 없이 망아지처럼 날뛰는 시원이의 매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 윤제 옆에서 얌전해지는 모습은 설렘 포인트를 제대로 저격했다./jykwon@osen.co.kr
[사진]'응답하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