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패’ 우리카드, 투지만으로는 부족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30 21: 38

“투지에서는 지지 말자고 이야기하는데 잘 안 된다. 역시 분위기는 경기력으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30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카드는 이날 경기 전까지 7연패를 기록해 어느덧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악재도 겹쳤다. 외국인 선수 군다스가 부상으로 중도 퇴출당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을 고려하면 허탈한 한숨만 나오는 우리카드였다.
진부하지만 그래서 강조된 것이 투지였다. 어차피 지금 전력으로 쉽게 볼 수 있는 팀은 없었다. 특히 이날 상대는 리그 선두팀인 OK저축은행이었다. 게다가 6연승 중이었다. 전력, 분위기 모두에서 우리카드보다 앞서 있음은 분명했다. 때문에 김상우 감독도 선수들이 좀 더 투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OK저축은행이라는 거함을 깨기 위한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김상우 감독이 “파이팅이 있는 선수가 새 외국인으로 왔으면 좋겠다”라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할 정도로 우리카드 선수들은 비교적 ‘얌전한’ 편이다. 여기에 연패가 계속되고, 몇 시즌 째 부진이 이어지다보니 선수들의 가슴 속에는 패배 의식이 컸다. 결국 경기력에서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감독의 주문이 통한 것일까. 우리카드 선수들은 이날 활기차게 움직였다. 공격 성공 하나에도 선수들이 큰 원을 그렸다. 평소보다 세리머니도 컸다. 스스로 분위기를 올려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김상우 감독도 질책보다는 격려로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 우리카드는 OK저축은행을 상대로 2세트를 따내는 적잖은 성과도 거뒀다. 최홍석 나경복 쌍포에 선수들이 똘똘 뭉쳐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OK저축은행이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뚜렷한 전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군다스의 이탈로 우리카드는 큰 공격을 때릴 수 있는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홍석과 나경복이 분전하기는 했지만 리시브가 흔들리거나 2단 연결에서 상대 블로킹벽을 뚫을 수 있는 힘은 떨어졌다. 결국 이는 OK저축은행에 이날 무려 16개의 블로킹을 헌납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블로킹 셧아웃을 당하는 와중에서도 패기 있게 때렸지만 결국 패기로 전력 격차를 모두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우리카드는 3세트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며 큰 점수차를 허용했다. 4세트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경기 중후반까지는 대등한 경기를 벌였지만 역시 해결사의 부재는 뼈아팠다.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8연패를 당한 우리카드는 최하위 탈출에도 다시 실패했다. 투지는 높이 살 만했지만, 승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최홍석은 24점, 나경복은 17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팀을 수렁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장충=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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