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슛 대마왕’ 김주성(36, 동부)의 대기록을 과연 깰 수 있는 선수가 나올까.
동부는 30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4라운드서 고양 오리온을 80-74로 제압했다. 동부(21승 14패)는 6연승을 달리며 단독 3위로 뛰어 올랐다. 오리온(23승 13패)은 불안한 2등을 유지했다.
중요한 순간에 대기록이 나왔다. 4쿼터 종료 1분 12초를 남기고 잭슨이 레이업슛을 시도할 때 김주성이 통쾌한 블록슛에 성공했다. 통산 1000번째 블록슛을 성공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고 KBL 김영기 총재가 간단한 축하행사를 했다. 팀의 승리를 이끈 결정적 플레이라 더욱 빛을 발한 김주성의 대기록이었다. 김주성은 6점, 10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경기 후 김주성은 “프로 초반부터 시작해서 기록보다 팀이 먼저였다. 14년이 지나보니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생각한다. 이만큼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이 쌓였다는 게 내가 프로에서 열심히 하고 보상받은 기록이다. 천 블록은 한국에서 첫 번째라 큰 자부심이고 영광이다. 이 기록이 언젠가 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배가 넘어야 더 빛날 것 같다”며 가슴을 벅차했다.
1000 블록슛은 경기당 블록슛 두 개를 해도 거의 10시즌이 걸리는 엄청난 대기록이다. 일반 선수들은 10년을 활약하는 것조차 힘들다. 하물며 외국선수가 버틴 전쟁터 같은 골밑에서 꾸준히 블록슛을 하기란 더욱 어렵다.
김주성은 ‘어떤 후배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신장과 점프를 보면 김종규나 이종현이다. 그 선수들이라면 10년 뒤에는 충분히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좋은 선수로 발전할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으로 군면제 혜택을 받았다. 국가대표 센터이면서 2시즌 동안의 공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록경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주성의 벽은 너무나 높다. 김종규의 프로통산 블록슛은 평균 0.8개로 김주성의 절반수준이다. 김주성이 천 개에 14시즌이 걸렸으니 김종규는 28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25년 뒤 김종규는 49살이다. 그 때 까지 현역선수로 뛴다고 보기는 무리다.
그나마 이종현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 KBL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보여준 이종현의 블록슛 능력은 프로에서 당장 통하는 수준이다. 이종현이 3학년만 마치고 프로에 왔다면 김주성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종현은 2016년 드래프트서 최대어로 꼽힌다.
김영만 감독은 “그나마 이종현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국내선수 중 김주성처럼 높이와 운동능력, 기동력까지 두루 갖춘데다 상대 슛타이밍까지 잘 읽는 선수는 없었다. 후배들이 김주성의 기록을 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