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지-민욱, 이 남매가 스크린골프로 사는 법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5.12.31 07: 17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투어 GTOUR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최예지(20, 온네트)와 최민욱(19, GDT코리아)이 '지존 남매'로 주목받고 있다.
최예지는 이미 '스크린 여제'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최예지는 WGTOUR 지난 시즌 9개 대회에서 6승을 거두며 대상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2승을 추가하며 개인통산 11승째를 기록한 최예지는 더 이상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스크린골프계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그에 반해 최민욱은 정상을 향해 맹렬하게 기어오르고 있는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1승에 그쳤던 최민욱은 올 시즌에만 3승을 거두며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처음에는 '최예지의 동생'으로 소개됐지만 이제 최민욱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남다른 남매
최예지와 최민욱은 한살터울의 남매다. 대부분의 형제나 자매가 그렇듯 애증의 관계가 아닐까 떠올렸다면 틀렸다. 둘은 그야말로 정겹고 친구 같은 오누이다. 훈련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봐주기도 하고 진심 어린 격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로의 고민을 곧잘 털어놓기도 한다. 
최예지는 "둘이 싸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밥도 같이 먹을 때가 많다"고 말하고 최민욱은 "누나가 있어 편하다. 만약 누나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내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골퍼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최예지는 최민욱을 무척 대견하면서도 기특하게 여기고 있었다. 최예지는 "먼저 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가족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민욱이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을 졸이게 되더라"면서 "그런데 우승을 거듭할수록 '민욱이가 나를 따라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GTOUR에서 나처럼 많은 우승을 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최민욱은 최근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하지만 '최예지의 동생'이라는 '그늘'은 좀처럼 걷어낼 수 없다.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을까. 최민욱은 "어딜 가나 누나의 이름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누나가 먼저 개척한 길을 내가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다. 누나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절제하고 있다. 그래서 성적이 좋지 못하면 더 부담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결국에는 넘어서야 하는 존재"라고 고마움 속 승부욕도 살짝 드러냈다.
▲ '경지' 향한 도전...보여줄 것 더 많은 남매
최예지는 스크린골프에서의 현재 위치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자평,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경지' 오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자릿수 우승을 달성했을 때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경지'까지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위 '넘사벽'이 돼야 한다. WGTOUR 뿐 아니라 GTOUR에서도 절대 넘볼 수 없는 승수, 한 20승은 쌓아 전설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예지의 목표는 최고의 무대다. 당연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마음 속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조바심을 내고 있지 않다. 아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라는 전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1~2년 전만해도 마음이 급했다. KLPGA 시드전에 떨어지면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최예지는 "내 또래 선수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급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WGTOUR를 비롯해 여러 투어를 뛰면서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인비(27, KB금융그룹) 프로도 있듯이 한발한발 느긋한 마음으로 내 갈 길을 가다보면 목표에 도달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에는 없던 롤모델도 생겼다. 최예지는 "박성현 프로의 플레이 스타일이 좋아졌다. 그래서 롤모델로 삼으려 한다. 이미지 자체도 멋지지만 경기를 공략하는 모습이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다. 돌아가지 않고 저돌적인 부분을 닮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민욱도 뚜렷한 목표에 차근차근 다가서려 한다. 최민욱은 "아직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준회원이다. 최근 스크린골프에서 성적이 괜찮지만 사실은 필드무대에서 더 많은 훈련을 하고 있다. 1부 투어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2~3부 투어를 병행하며 자리를 잡으려 한다. 경험과 체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최민욱은 조던 스피스(23, 미국)를 롤 모델로 삼으려 한다. 단순히 세계랭킹 1위라서가 아니다. "얼마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 가서 직접 스피스를 봤다"는 최민욱은 "실력도 좋지만 매너도 좋더라.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퍼트도 스피스 때문에 역그립으로 바꿨다. 그런데 그립을 바꾸고 나서 올해 첫 우승을 거뒀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 프로골퍼 꿈꿨던 아버지의 뿌듯함
최예지와 최민욱의 뒤에는 아버지 최우성(51) 씨가 버티고 있다. 최우성 씨는 "아이들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 골프였다. 선택을 잘한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말 없이 따라와주고 어디서든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예지와 민욱이에게 고맙다"고 털어놓았다.
예지와 민욱의 아버지 최우성 씨는 서울 종로에서 남부럽지 않은 사업가였다. 그러나 30대 중반 뜻하지 않은 부도를 맞았다. 이후 생활고를 겪는 와중에도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최 씨는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됐다.
늦은 나이에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최 씨였다. 애들을 직접 지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한계를 깨달은 최 씨는 2년 동안 이론과 실전을 나름대로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동영상은 물론 전문서적을 독파하면서 골프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우선 예지를 가르치겠다는 결심을 했다. 예지가 5학년이 되던 해였다.
최 씨는 "예지는 처음 1년 동안 엄격하게 기본기만 가르쳤다. 아마 정말 하기 싫었을 것이다. 매번 똑같은 동작만 했으니 오죽했겠나. 하지만 그런 혹독한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결과물은 절대 없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줘서 기특하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최 씨는 "민욱이는 그런 누나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민욱이는 예지만큼 공을 들이지 않았다. 실제 민욱이는 중 2때 골프를 그만두기도 했다"면서도 "민욱이에게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는데 이렇게 성장해줬다. 고맙다"고 대견해 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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