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주인없이 텅 비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어떤 것이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태여서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경우라는 의미로 쓰인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은 3루수 박석민은 NC와 4년간 총액 9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는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삼성 내야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는 듯 했으나 일본 무대 경험이 풍부한 3루수 아롬 발디리스를 품에 안았다. 이제 남은 건 2루의 새 얼굴 찾기. 나바로가 떠난 삼성의 2루 자리의 새 주인공은 누가 될까. 현재 분위기라면 백상원(27), 조동찬(32), 김태완(34) 등 3파전이 예상된다.
백상원은 3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젊고 올 시즌 1군 출장 횟수가 가장 많았다. 올 시즌 52경기에 출장, 타율 2할4푼7리(77타수 19안타) 7타점 10득점을 기록했다.

경북고 시절부터 방망이 하나 만큼은 타고 났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내야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삼성의 내야 자원이 워낙 풍부하다보니 그가 비집고 들어올 수 없었다.
지난해까지 뛰어난 타격 능력에 비해 수비 능력은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1군 경험을 쌓으며 이젠 안정감이 느껴진다. 백상원 역시 생애 최고의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뿐.
조동찬은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내야수. 타고난 힘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3명의 후보 가운데 장타 생산 능력은 가장 뛰어나다. 팀내 우타 거포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조동찬이 2루 탈환에 성공한다면 타선의 좌우 균형이 훨씬 더 좋아진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만큼 수비 능력도 탁월하고 단독 도루가 가능해 뛰는 야구에도 큰 힘이 될 전망.
컨디션이 변수가 될 듯. 조동찬은 2013년 8월 13일 대구 LG전 도중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1년간 재활에만 몰두하며 1군 무대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으나 또다시 상태가 나빠져 올 시즌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다. 조동찬은 괌 캠프에 일찍 합류해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다음 시즌을 잔뜩 벼르고 있다. 올 시즌의 아쉬움을 떨쳐낼까.
김태완은 지난해까지 삼성의 대타 전문 요원으로 활약했었으나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타수 무안타 1볼넷. 시즌 초반 허리 통증 속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후 줄곧 잔류군에 머물렀다. 삼성은 올 시즌 오른손 대타 요원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을때마다 김태완의 공백을 아쉬워 했다.
은퇴 위기까지 내몰렸던 김태완은 이를 악 물었다. 그는 매일 밤 집 근처 복싱 클럽에서 땀을 쏟아내며 몸을 만들고 있다. 한 눈에 봐도 몸이 탄탄해 보인다. "고질적인 종아리 통증 뿐만 아니라 발놀림이 아주 가벼워 졌다"는 게 김태완의 말이다.
김태완은 "내게 기회가 어느 만큼 주어질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때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모든 준비를 해놔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모바일 메신저에 '이제 성공한다 봐라'라고 돼 있다. 그동안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웠던 김태완 역시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각오다. /what@osen.co.kr
[사진] 백상원-조동찬-김태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