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치욕과도 같은 날이었다. 이날 삼성은 두산에 2-13으로 패하며 연례 행사와 같았던 통합 우승을 '4'에서 멈췄다. 삼성 선수단은 경기 직후 3루 덕아웃 앞에 도열해 두산 선수들의 우승 행사를 끝까지 지켜봤다. 삼성 선수단의 그라운드 축하 도열은 진정한 스포츠맨 정신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패배의 굴욕은 결코 잊을 수 없을 듯.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했던가. 삼성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전력 누수를 피할 수 없었다. 2008년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끌었던 박석민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고 NC로 이적했고 정확성과 파괴력을 모두 갖춘 거포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삼성을 떠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던 임창용은 검찰 조사를 통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이에 구단은 임창용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윤성환과 안지만의 향후 거취 또한 불투명한 상황. 그러다 보니 삼성 왕조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삼성은 지난해의 아픔을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할 각오다.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우완 정통파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를 영입했다. 이들 모두 150km 안팎의 강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가 강점.
무엇보다 이들은 실력 뿐만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류중일 감독은 "웹스터와 벨레스터는 25승 이상 합작해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11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었던 내야수 아롬 발디리스는 아시아 야구 경험이 풍부해 국내 무대에도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의 세대 교체가 필요한 이 시점에 이케빈을 비롯한 잠재 능력이 풍부한 젊은 피에게 많은 기회가 줄어질 전망. 이들이 성장해줘야 팀이 강해진다.
류중일 감독은 전력 약화 우려에 대해 "없으면 없는대로 돌아가는 게 삼성 야구"라며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선수 개인보다 팀을 위해 희생한다면 하나가 될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하는데 뭉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 자기 것만 생각하면 흩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올 시즌 화두는 새 출발. "야구장도 옮기고 선수단도 많이 바뀐 만큼 새 출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분위기 쇄신을 통해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하겠다". 삼성 왕조 건설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류중일 감독의 당찬 각오가 현실이 될 것인가.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