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리뷰8] ‘와 바꿉니까’ 이정민, 롯데 불펜 비극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6.01.01 05: 59

전반기 팀 불펜이닝 2위...후반기는 2군서
고전한 롯데 불펜, 잦은 교체에 곤혹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정민(37)은 투수조에서 정대현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꾸준히 불펜투수로 롯데 마운드를 지키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다. 2012년에는 잠시 선발로도 나와 완봉승 눈앞까지 가는 깜짝 호투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2015년 역시 이정민은 불펜에서 든든한 허리가 됐다. 특히 전반기에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1군에서 단 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9월 말에야 1군으로 돌아와 조용히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 2015년 리뷰
롯데 불펜투수들은 2015년 '고난의 행군'을 했다. 상대 타자들은 물론이고 팬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아무리 지는 경기라도 최소 8이닝은 지나야 경기가 끝난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좋지 않았어도, 롯데 불펜투수들에게 할 말은 있었다. 
이정민은 2015년 34경기에 출전, 1승 4패 1세이브 5홀드 44⅔이닝 평균자책점 5.8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반기에만 41⅔이닝을 던졌다. 전반기 성적만 놓고 본다면 리그 불펜투수 중 17번째로 많이 던졌고, 롯데에서는 2번째로 자주 그리고 많이 던졌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나 이정민은 몸을 풀었다. 언제 등판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정민은 5점 이상 뒤지고 있을 때부터 5점 이상 앞서고 있을 때까지 모두 등판했다. 가장 많이 던진 날은 3⅔이닝을 소화했고, 어떨 때는 아웃카운트 없이 내려가기도 했다. 
시즌 중반 롯데 불펜이 무너지면서 투수와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금이 갔다. 이정민은 7월 5일 SK 와이번스전에서 교체되기 직전 염종석 투수코치에게 '와 바꿉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베테랑 투수인 이정민은 전반기 무리한 등판으로 막판 성적이 떨어졌고, 후반기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퓨처스리그 기록은 15경기 2승 2패 2홀드 21이닝 평균자책점 7.71이다. 1군과 2군 이닝을 더하면 62⅔이닝이 되는데, 이는 롯데 불펜투수 중 2위에 해당한다. 
- 최고의 날
3월 28일 개막전, 이정민은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kt 위즈를 만나 롯데는 5회초까지 2-8로 끌려가면서 힘겹게 경기를 했다. 신생팀에게 첫 승을 헌납할 뻔했지만, 5회말 대거 7점을 올리며 9-8로 역전했다. 
이제 지키는 야구가 필요할 때, 이정민은 6회와 7회를 안타 1개로 틀어막으면서 무실점, kt의 불타는 방망이를 잠재웠다. 이정민이 불펜에서 호투를 한 덕분에 롯데는 12-9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이정민은 다음 날 kt전에도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이틀 연속 홀드를 챙겼고, 4월 8일 삼성전까지 6경기에서 5⅔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했다. 
- 최악의 날
경기내용만 놓고 본다면 4월 10일 한화 이글스전이 가장 나빴다. 장성우가 11회말 송은범으로부터 끝내기 역전 투런을 친 날이다. 이정민은 8-3으로 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 등판, 4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롯데는 5실점을 했고, 이정민의 자책점은 4점이었다. 
하지만 7월 5일 SK전은 이정민 뿐만 아니라 롯데 투수들에게 모두 기억에 남을 경기다. 이정민은 1-5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2,3루에서 김성배로부터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첫 타자 김민식을 내야땅볼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린 이정민은 2사 2,3루에서 윤중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미 점수 차가 어느 정도 벌어진 뒤였고, 이정민의 구위도 나쁘지 않았지만 벤치에서는 좌타자 임훈의 타석에서 이정민을 이명우로 바꿨다. 주자를 남겨놓고 교체되는 걸 좋아하는 투수는 없다. 이미 롯데 불펜투수들은 자기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불신에 지쳐가고 있었다. 당시 이정민이 투수코치에게 말한 "와 바꿉니까"는 지쳐가던 롯데 불펜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 2016년 프리뷰
내년에도 이정민은 불펜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30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공의 구위는 롯데 불펜투수 중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FA 영입으로 롯데 불펜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이정민은 롯데 불펜에 깊이를 더해 줄 선수다. /clea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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