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차우찬(삼성)과 전화 통화가 닿았다. 차우찬은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승 달성(13승) 뿐만 아니라 탈삼진 부문 1위(194개)에 오르는 등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그리고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전천후 투수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정상 등극에 큰 공을 세웠다.
차우찬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며 "개인 성적은 평균 자책점(4.79)을 제외하면 모두 만족스럽다"며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고 승수도 잘 따라온 것 같고 생각치도 않았던 탈삼진 타이틀도 획득했다"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통합 5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건 치욕과도 같다. 차우찬은 "통합 5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체력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한 차우찬이지만 프리미어12 대표팀 때 몸이 무겁다는 걸 느꼈단다.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외부 시선과는 달리 정상 등극이라는 쾌거를 보여주며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대표팀 때 조금 힘들었다. 계속 이기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났고 우승까지 이루게 됐다.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던 차우찬은 "올 시즌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해까지 소방수로 활약했던 임창용이 팀을 떠나게 돼 뒷문이 뻥 뚫렸다.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소화 가능한 차우찬은 유력 후보로 꼽힌다. "마무리보다 선발을 맡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마음은 확고하다"는 게 차우찬의 말이다. "그동안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갔는데 마무리로 뛰는 건 약할 것 같다. 내가 가진 능력에서 선발이 더 적합하고 마무리를 맡는다면 선발보다 능력치가 떨어진다".
차우찬에게 수치상 목표는 큰 의미가 없다. 겨우내 몸을 잘 만들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 승수 등 수치상 목표는 따라오게 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선발 30경기 등판과 3점대 평균 자책점 달성은 꼭 이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차우찬은 "목표 달성을 위해 볼넷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볼넷 허용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다"며 볼넷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차우찬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현재 분위기라면 FA 잭팟을 기대해도 좋을 듯. 이에 차우찬은 "FA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 아닌가. 물론 내가 잘 해야 겠지만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이어 "결코 밝힐 수 없지만 머릿속에 여러가지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반드시 완성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를 정말 잘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차우찬은 인터뷰 내내 "야구를 정말 잘 하고 싶다"고 수 차례 반복했다. "지금껏 형들이 이끌어주고 그저 뒤에서 따라가기만 했는데 이제 중심에 서서 인정받고 싶다.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를 정말 잘 해야 한다.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것보다 야구 잘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차우찬. 이젠 자타가 공인하는 사자 마운드의 핵심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