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공격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삼성화재였다. 그 후 첫 경기에서는 명암이 모두 나타났다. 외국인 없이 토종 선수들이 똘똘 뭉쳐 분전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 분전을 승점으로 이어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절실히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1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의 새해 첫 날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삼성화재는 최근 기록했던 4연승 행진이 끊기며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2위 대한항공 추격의 기회도 놓쳤다.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32)가 2016년 리우올림픽 예선전 출전 관계로 잠시 팀을 떠난 삼성화재였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라이트 공격수인 그로저는 올 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해 ‘세계 정상급 공격수’라는 자신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었다. 시즌을 함께 출발하지는 못했지만 595점을 올려 리그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트당 0.785개라는 압도적인 서브의 힘은 경이적이었다.

그로저의 올림픽 예선전 출전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가뜩이나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높은 삼성화재로서는 그로저의 이탈이 더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저의 개인적인 사정과는 무관하게 리그는 진행되어야 하고 삼성화재는 이날 경기를 포함, 3~4경기는 그로저 없이 리그를 치러야 한다. 그 첫 경기인 이날 삼성화재의 경기력에 관심이 몰린 이유다.
“그로저가 없는 시기의 팀 운영에 대해서는 꾸준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한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이날 레프트에 류윤식 최귀엽을, 라이트에는 김명진을 선발 출전시켰다. 상대가 리그 선두 OK저축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눅이 들 수도 있었지만 삼성화재의 토종 선수들은 예상보다 선전했다. 1세트에서는 16-17까지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2세트에서는 3-10으로 뒤지던 흐름을 24-24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과시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3세트에서는 초반 4-1로 앞서 나가기도 했다.
OK저축은행의 강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다. 속공의 활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세터 유광우가 고군분투하며 공격루트를 최대한 찢어주기 위해 애썼다. 이러한 가운데 류윤식은 53.33%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10점, 주공이 된 김명진은 팀 내 최다인 13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범실도 상대보다 적었고 2세트 중반 들어온 신인 센터 손태훈의 블로킹도 빛났다.
그러나 역시 그로저만한 한 방은 없었다. 승부처에서 확실히 상대의 숨통을 끊지 못했다. 2세트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23-23에서 수비를 해낸 삼성화재는 류윤식에게 한 방의 임무를 맡겼으나 공격이 벗어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24-25에서는 최귀엽의 퀵오픈이 상대 유효블로킹에 잡혔다. 결국 듀스에서 시몬에게 강타 두 방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3세트에서도 리드를 착실하게 이어갈 수 있는 해결사가 없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안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