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3루수-테이블 세터 배치 유력
지난해 활약 이어야 두산 타선 짜임새 유지
백업에서 국가대표로 도약한 한 해를 보낸 허경민(26, 두산 베어스)이 당당하게 주전 도전장을 던진다.

허경민은 지난해 117경기에서 타율 3할1푼7리, 41타점 8도루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3루수는 물론 오재원이나 김재호가 쉴 때는 2루수, 유격수로도 출전하며 공수 양면에서 팀 우승에 크게 일조했다. 잭 루츠가 맡아줄 것이라 예상됐던 두산의 3루는 데뷔 첫 규정타석과 함께 3할 타율을 넘긴 허경민의 차지가 됐다.
그 결과 그는 국가대표팀의 유틸리티 요원이 되기도 했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메리트를 가진 백업에 불과했고, 시즌 초 햄스트링 통증으로 고생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까지 됐던 선수의 활약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경민이 속한 두 팀(두산, 프리미어12 대표팀)은 모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방심하지는 않는다. 허경민은 늘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스프링캠프에 가면 다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내야수들도 많고, 9월에는 상무에서 제대할 이원석까지 합류 가능하지만 그래도 현 시점에서 두산의 주전 3루수를 예상하자면 1순위는 허경민이다.
외국인 타자가 비집고 들어올 확률도 크지는 않아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타격 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고 뽑을 예정인데, 그렇게 하면 외야수 혹은 1루수가 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타자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되기에 허경민에게 더욱 힘이 실린다.
타선 구성에서 그가 안고 있는 몫도 크다. 사실 김현수가 떠난 두산 타선의 토종 기둥은 이제 민병헌이라고 봐야 한다. 3년 연속 3할 타율을 넘겼다. 양의지도 있지만 그는 주전 포수로 가지는 비중이 더 크다. 허경민이 공수에서 지난해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쳐야 두산 타선의 짜임새가 유지된다. 지난 시즌 1번으로 나선 타석이 가장 많았던 그는 2번, 7번, 8번으로도 많이 나왔다. 그만큼 상황에 맞게 어디든 투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민병헌이 3번에 고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허경민은 테이블 세터로 활동할 공산도 크다. 김현수가 잔류하기를 바랐던 그는 "현수 형이 남는다면 타점왕을 만들어주고 싶다"고도 이야기했다. 1번 혹은 2번 위치에서 자주 출루해 뒤에 있는 타자들에게 많은 찬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였다.
김현수는 떠났지만, 다른 선수가 타점왕에 근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두산의 3, 4번이 지난해에 버금가는 타점을 올리게 된다면 상당부분은 허경민의 공일 것이다. 잔부상을 털고 올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도루 숫자까지 늘리면서 타격에서 1년 전과 같은 성적을 찍을 수 있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도 현실에 가까워진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