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 판단은 최악 상황 넘겨, KBO도 고심
만만찮은 '여론 재판', 복귀 가능성은 미지수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불법원정도박혐의로 최근 실정법의 처분이 확정된 임창용(40)의 이야기다.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관건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산은 ‘여론 재판’이 될 전망이다. 쉽지는 않아 보이는 가운데 또 한 번의 재판 시기는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동남아에서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임창용은 최근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임창용은 검찰 수사에서 원정도박 사실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억대 도박’은 부인했다. 검찰도 상습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 하에 약식명령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당초 “불구속 기소가 될 수도 있다”라는 전망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결과다. 임창용은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관심은 징계 수위로 옮겨가고 있다. 임창용은 지난해 삼성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현재는 무적 신세다. 하지만 같은 처분을 받은 오승환과는 달리 KBO 리그 소속이라는 점에서 징계는 불가피하다. 오승환과의 차이점이다. KBO도 이르면 다음주 상벌위원회를 열어 임창용의 징계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임창용의 현역 생활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중징계가 떨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KBO는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은 아니다. 검찰의 결론이 갑론을박을 모으고는 있지만 어쨌든 그 결과를 토대로 징계를 내려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애매하게 끝났다”라는 말도 나온다. 기소가 됐다면 중징계로 이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럽지만 검찰은 단순도박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 관계자는 “사회적 파장은 크지만 700만 원 벌금형에 영구제명이나 시즌 출전 금지와 같은 중징계로 확장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 도박 사건으로 벌금을 받은 선수들은 최대 5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8년과 지금이 같을 수는 없지만 징계가 적법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형평성도 돌아봐야 한다. 이에 현 시점에서는 일정 수준의 출전 정지와 제재금 정도로 징계 방법이 압축되고 있다. 공백이야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리그에 복귀할 수 있는 원칙적인 길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임창용도 사과문에서 ‘은퇴’를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임창용은 불혹의 나이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일본과 미국을 거친 임창용은 2014년 복귀 첫 해 31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5경기에서 5승2패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며 한층 더 나아진 성적과 함께 구원왕 타이틀을 따냈다. 여전히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손꼽힌다. 삼성에서 방출된 터라 신분도 자유롭다. 마무리가 약한 팀으로서는 ‘도박’만 빼면 이만한 획기적 전력 보강도 없다. 설사 임창용을 영입할 의사가 없는 팀이라고 해도 그 거취 여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여론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어떠한 판단을 내림에 있어 무작정적으로 여론에 끌려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국민 정서법’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분명 임창용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임창용이 다시 KBO 리그의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팀 전력과 이미지를 맞바꾸는 셈이 되는데 그런 모험을 걸 만한 팀이 있을 것이냐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기에는 임창용의 나이가 걸림돌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