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HR 이상 가능' 현지의 호평
마쓰이 첫 시즌 기록 정조준
그간 메이저리그(MLB)에서 아시아 출신 타자들은 설 자리가 좁았다. 이른바 ‘화끈함’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힘이 부족하다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는 박병호(30, 미네소타)가 아시아를 대표해 그 편견의 벽에 도전한다.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는 호평이 나오는 상황에서 각종 아시아 선수 홈런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지 관심사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그간 태평양을 건넜던 아시아 타자들과는 사뭇 다른 유형이다. 지금까지의 대다수 선수들이 정교함과 수비력, 그리고 빠른 발을 앞세웠다면 박병호의 장점은 일발장타력이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힘에 의문부호를 달지는 않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타자친화적 성향으로 바뀐 KBO 리그에서 뛰었지만 힘은 진짜라는 평가 속에 과감한 입찰을 했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대부분 호의적이다. 타율 하락이야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적어도 20홈런 이상은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물론 선수들의 성적을 예상하는 통계프로젝션들도 대다수 이런 전망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박병호가 건강하게 주전 지명타자 자리를 소화할 경우, 20홈런 언저리 혹은 그 이상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통계적 예상치는 이미 적잖이 나왔다.
일본 무대에서 장타력을 과시했던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의 MLB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박병호에 대한 관심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물론 일본이나 대만도 박병호의 첫 해 성적을 유심히 살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박병호는 아시아의 힘을 어디까지 떨칠 수 있을까. 일단 비교 대상은 확실하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2003년 MLB에 진출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42)다.
일본에서 뛴 10년 동안 총 332개의 홈런을 친 대형타자였던 마쓰이는 MLB 진출 직전 시즌이었던 2002년 개인 최다인 50개의 홈런을 쳤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홈런에 대한 감을 바짝 끌어올린 채 미국으로 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마쓰이는 MLB 첫 시즌이었던 2003년 163경기에 나가 16개의 홈런을 때렸다. 타율 2할8푼7리와 106타점을 기록하며 비교적 무난한 연착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첫 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강정호(29, 피츠버그)가 지난해 15개의 홈런을 쳐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경신에는 실패했다. 만약 박병호가 20홈런을 친다면 다른 기록은 차치하더라도 마쓰이의 첫 시즌 홈런 기록은 넘어설 수 있다. 이 자체로도 아시아 타자로서는 뚜렷한 이정표를 남기는 셈이 된다.
마쓰이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2004년 31개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유일하게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그 후 2005년(23개), 2007년(25개), 2009년(28개), 2010년(21개)까지 통산 5차례 20홈런 이상을 기록해 통산 175개의 홈런을 때리고 현역을 마무리했다. 당장 30홈런 고지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박병호 또한 전성기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올해 연착륙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
16개 이상을 친다면 내친 김에 한국인 MLB 최다 홈런 기록도 도전할 자격이 생긴다. 이 기록은 추신수가 2010년과 지난해 기록한 22개다. 추신수는 2010년 90타점을 기록해 타점에서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박병호가 화끈한 장타력으로 각종 홈런을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산 거포’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6년은 그 첫 걸음이다. /skullboy@osen.co.kr